죽으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엄마, 아빠 그리고 나의 무덤 이야기

by 이지
제주도에 왔다. 제주도에서는 무덤을 산이라고 부른다한다.


대부분은 묘지도 없이 길가에, 밭터에, 오름 곳곳에 동그란 봉분 주위를 돌 울타리로 둘러싸여져 있다. 처음 보았을 땐, 웬 흙무덤이지 했는데 정말 사람이 묻혀있는 무덤이었다.


제주도의 무덤양식에는 이유가 있단다. 첫 번째로, 땅을 깊숙이 파서 매장할 수 없어 동물들이 무덤을 헤치지 않도록 주변에 산담(무덤 주변의 돌담)을 쌓는다. 또, 오름 근처에 있는 무덤들은 비가 들이쳐서 무덤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함과 화전에 무덤이 타거나 없어지지 않도록 표식을 하는 의미도 있다 한다.


IMG_0920.JPG 제주도의 산(무덤)들


육지를 다니면 공동묘지를 지나거나, 산속을 헤매지 않는 이상 무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보통 개인 소유의 산에 무덤이 있게에, 등산로가 있는 산에서도 무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무덤을 보면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제주도 사람들은 죽음과 가깝게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사업이 활성화되기 이전 제주는 육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심한 보릿고개와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는 구절을 읽어서 더욱 그리 떠올렸을 법하다.


IMG_0927.JPG 걷다보면 생각이 깊어졌다 가벼워졌다 한다.


나는 죽으면 어디에 남겨지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영화 '버킷리스트'에서 카터는 본인이 죽으면 화장하여 캔 커피 깡통을 유골함 삼아 경치 좋은 곳에 두는 게 좋을 거라고 한다. 죽으면 모두 똑같이 한 줌 재가 되는 것이 사람인데, 가볍고 심플하게 남아있고 싶을 법하다 생각했다. 영화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카터는 원하는 대로 'the Heavely' 커피 깡통에 담겨 히말라야 산 어딘가에 놓였고, 뒤이어 억만장자인 에드워드의 유골도 옆에 모셔지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005516725_dino999.jpg 카터와 에드워드의 유골함


나는 엄마, 아빠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한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당신이 돌아가시면 화장해서 어느 콘도 앞에 뿌려달라 했다. 명절 때마다 가족들과 콘도에 놀러 오면 본인 생각을 한 번씩만 해달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엄마는 절에 모셔달라고 했다. 산세 좋은 절에 유골을 모셔두고, 가끔 산책 겸 와서 시주나 하고 갔음 좋겠다고.


우리 아빠와 엄마는 죽음에 대해 가볍다. 아직 젊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평소에 느끼는 나의 부모님은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사신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말을 우리 가족은 쓴다. 죽음은 당연한 것이고, 오면 받아들여아하며 늙으면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시골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죽음을 감지하고 곡기를 끊으셔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부모님도, 나도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IMG_0864.JPG 죽음을 생각하면 이 사진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재는 향기 좋은 나무함에 담겨 바다가 보이는 산속에서 자연스레 아스라이 사라지고 싶다. 콘도 이야기를 하면서 아빠는 아빠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네가 쉽게 종종 찾아와서 내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제사'의 개념은 죽은 이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면 콘도가 아니라 안목 바닷가에 몰래 뿌려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위로가 받고 싶을 때 찾는 곳이자 엄마 아빠의 고향이자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안목 바다 솔밭이면 아빠가 원하는 것이 모두 충족될 것 같다고. 아빠도 오케이 했고, 엄마는 알겠다고 대답하면서도 절은 어떠냐고 아빠 옆구리를 찔렀다. 내 생각에, 아빠가 원해도 재를 아무 곳에나 뿌리는 것은 불법이고, 나름 효녀인 내 마음도 불편할 테니 엄마 아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절에, 마음 편안한 스님 근처에서 곱게 모셔지지 않을까 싶다.


IMG_0945.JPG 나무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도 아빠한테는 안목 솔밭에 뿌려드릴 것이라 이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