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기록: 애틋함
안녕하십니까. 이메일은 진짜 오랜만에 쓰는 것 같네. 여기는 멕시코 시티 근교에 있는 친구네 집이야.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같은? 친구랑 같이 방을 나눠쓰는데 친구가 오늘까지 해야할 일을 다 못해서 걔는 학교에 있고 나는 좀 전에 아저씨랑 집에 왔네.
어제부터 수업이 시작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 간만에 공부하는게 얼마나 재밌는지. 언어를 배우는 것도 재밌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재밌고. 게다가 학교가 정말 정말 예뻐. 크기도 서울대보다 더 큰 것같고 건물이나 잔디밭, 박물관에 영화관도 있고!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놓은 학교더라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좋은 학교래.
멕시코 시티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크게 위험한 도시는 아닌 것 같아. 물론, 나는 지금 안전한 집에 안전한 사람들과 있어서 그런 것도 있고. 밤에 우범지역에 나가지 않는 이상 사람들도 친절하고 스패인보다 훨씬 따뜻해. 대신 남자들이 여자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서 지나가면 중얼대고 휘파람불고. 여기 애들도 짧은 옷은 전혀 안입는다고 하더라고. 치한도 많고 아주 징글맞은 남자들이 많아.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이 따로 있을 정도라니까?
나는 지금 레벨 0 반에 있는데 우리반엔 바레인에서 온 사람 1명, 크로아티아인 1명, 미국인 2명, 영국인 2명, 나 포함 한국인 2명, 중국인 1명 그리고 아이티에서 2명, 기니에서 1명이 왔어. 아주 다양한 국적인데다 난 바레인이라는 도시는 처음들어보고 이 나라에서 온 사람도 처음 만나봐.
수업에 있는 사람들 반 이상이 멕시코에서 일하고 싶어서 언어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래. 영국인 할아버지 한명은 노후를 여기서 보내려고 하시는지 영국에서 은퇴하고 멕시코로 오셨다네. 할아버지라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한데, 여기선 그냥 이름을 부르니까! 여튼 이름이 존인데, 존은 게이야. 아주아주 잘생긴 파트너가 있어! 둘이 같이 정원에서 가꾼 당근을 만날 싸오는데 아빠 텃밭 생각이 나더라구.
완전 카오스인 도시지만, 노후를 날씨좋은 나라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새로운 것 배우고 새로운 사람 만나면서.
여기는 교통수단이 완전 최악이야. 지하철이 우리돈으로 300원인데, (어딜가나 같은 가격!!) 중간에 전기가 끊겨서 멈추기도 해. 한 역에 십분 넘게 서있기도 하고 사람도 무지 많아. 게다가 역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온갖것을 파는 통에 얼마나 정신이 없던지.
그래도 다행인건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여자와 어린이들만 맨 앞에 두칸정도에 탈 수 있도록 해서 아직 지하철에서 치한을 본적은 없어. 게다가 여자들만 있으니 좀 더 안심이고 편하고.
여기 내가 같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마드리드 캠프에서 만난 친구의 먼먼 가족이야.
아저씨는 아르테미오(44년생 정도 이신것 같아), 아줌마는 헬라(아저씨보다 10년 어리시고), 큰딸 히메나(35살 쯤), 둘째딸 다니엘라(32살) 막내딸 안또니에타(22살)이야. 딸내미들 나이는 만 나이라서 막내딸이 88년생인데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다 적성에 안맞아서 지금은 내가 다니는 UNAM 에서 생물학을 전공중이야.
큰딸은 미술 전공인데 일본인 남자친구랑 학교근처에 작업실놓고 살고, 둘째딸 다니엘라는 MBA 끝내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HP에서 영국인 남편이랑 같이 살아. 지금 다니엘라가 멕시코로 휴가를 왔어 남편이랑. 그래서 옆방에 내일까지 있는다네.
막내딸 안또니에따는, 줄여서 안또, 지금 나랑 같은 방을 쓰고 있어. 결국 이집엔 아르떼미오, 헬라, 안또 그리고 내가 얹혀 살고 있지. 아저씨는 저울가게를 하시고 전공은 회계보다 어려운 통계같은 것을 하셨다하고 하더라구. 아줌마는 예전에 경리같은 걸로 일하시다가 지금은 집안일을 하시는데 도자기 광팬이야. 동양음식도 좋아하시고.
그릇모으는것, 꽃 가꾸기 같은 것이 취미이신듯해. 세상태어나서 한번도 욕을 해본적이 없다는 아주 심성이 고우신 분이야. 딸들이 성격이 참 많이 다른데, 첫째딸은 약간 오타쿠같고, 둘째딸은 에너지가 완전 넘치고, 막내딸은 쿨해. 막내가 쿨하고 재밌어서 같은 방을 내가 나눠쓰는데도 이해해줘서 엄청 고마워.
여튼. 멕시코의 생활은 아주아주 흥미로워. 미국과 스패인의 짬뽕체인데, 이 나라의 기술이 거의 없다네. 오늘 물어보니까... 관광이랑 수공예품 그리고 천연자원이 풍부하대. 이 곳에선 많인 어드벤처가 일어날듯해! 아주아주 기대되고 지금 공부하는 것도 아주아주 기대되:)
아빠 엄마가 만들어준 나의 멕시코 생활은 대략 이러해. 원래 어제 쓸려고 했는데 어제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뻗어서 눈을 감았는데, 눈을 다시 뜨니까 12시간이 지나있더라고. 샤워도 못하고 학교로 뛰어갔다지.
여기선 안지났으니! 생일 아주아주아주 많이 축하하고. 올해도 내년도 내후년에도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겠소. 답장주고, 곧 또 연락해.
사랑해 :)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것은 현재 생활에 만족 하고 있다는 증거다. 젊은 시절을 알차고 의미있게 지내고 나면
나중에 나이들어서 추억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테니까, 현재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면서 사는게 좋지. 사람의 인생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어우러져서 내 자신의 현재 환경을 만드는 거야. 그러니, 젊은 시절 능력껏 자신의 겨험 세계를 넗히면서 사는게 빠르게 지나는 청춘을 잘 보내는 것일게다.
어떻게 살던지 후회 없는 인생은 없는것이니 늘상 오늘을 최고의 가치를 갖고 살면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해도 억울 하지는 않을 거야!
이제 전적으로 부모의 배려만 받으면서 살아야 할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니, 현재의 시간을 후회 없게 즐기면서 살고 그것을 밑바탕으로 삼아 너의 꿈을 키워 나가 제 일에 만족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수 있으면, 부모는 만족 할수 있다. 물론 나중에 부모한테 충분한 보상은 해야지. 그게 공평한 거니까 ㅎㅎ
지금은 엄마가 둘째 한테, 모든 집중을 하면서 살아 갈때인것 같다. 그래도 고등 학교에 들어 간다니까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하루 종일 공부에만 시간을 투자 한다고 하니. 그냥 지켜 보면서 뒷바라지 해주는것이고 그래야 그 녀석의 미래를 제자리에 놓아서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것이니까. 하여간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한다니까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제자리에 무사히 안착 하기를 기다려야 겠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착한 가족과 함께 좋은 인상으로 함께 할수 있도록, 가족의 일원을 서로가 부담 없는 사이가 될수 있게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생각 하고 얼마가 될지라도 좋은 관계를 갖도록 노력 하거라. 언젠가는 다시 만날수 있을때 보답을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해라.
끝으로 항상 건강 조심하는것 잊지는 말고, 늘상 위험한 곳은 피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해라.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