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티아고에서, 청춘!

아빠와의 기록

by 이지

제목: 아빠 오랜만이야!

보낸 사람: YJee(******@hotmail.co.kr)

보낸 날짜: 2012년 5월 15일 화요일 오후 2:11:26

받는 사람: 명아(******@hotmail.com)


아빠, 안녕! 여기는 산티아고, 칠레 수도이어요. 페루부터 시원찮던 인터넷이 볼리비아에서 정말 끊기더니 칠레 수도에 오니 이제 되네 :) 일정을 바쁘게 움직이느라 하루하루 이동하느라 정신이 없어. 그래도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즐겁네! 나이대도 직업도 경험도 다양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끝도 없어.

볼리비아 들어갈 땐 정말 쇼을 했어. 페루에 뿌노(Puno)라는 도시에서 티티카카 호수 투어를 하고 딱 돌아왔는데 갑자기 인솔자님이 급하다면서 우리를 버스에 태우는 거야. 알고 보니 볼리비아 버스랑 대사관 공공기관들이 그 다음날부터 5일 동안 파업을 해서 그때 급하게 넘어가지 않음 볼리비아에 제대로 못 갈 수도 있다고 하는 거 있지. 그래서 투어 오자마자 짐 싸서 버스에 탔어. 그러고 제일 가까운 국경에 갔는데 페루 출국장이 문을 닫은 거야! 그래서 문 두들기고 뒷 돈 쥐어줘서 출국 도장 찍은 다음에 볼리비아로 밀입국 야반도주했다니까...?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그날 안 넘어가면 버스가 확실치 않아서 라파즈는 구경도 못하고 24시간 내리 버스만 타서 우유니까지 다녀왔네. 그러곤 우유니에서도 뒷돈 주고 입국 출국 도장 다 찍고 무사히 사막투어 끝내서 칠레까지 왔어. 이틀이었지만 불법체류자 된 건 처음이라 간이 떨리더라고.

여하튼 볼리비아는 살기 척박한 곳이었지만 아름답고 벅찬 나라였어. 특히 밤에 보던 별들이 어찌나 무수하게 반짝이는지. 옛날 주덕 살 때 아빠랑 중앙탑에 누워서 보던 별들이 막 생각나더라고. 아빠도 같이 보았으면 좋았을 것 같았던 별이었었어.

지금은 밤인데 오늘 자면 내일 또 13시간 버스 타고 '푸에르또 몬뜨'라는 칠레 남쪽 도시로 간다. 남반구의 끝 '우수아니아'까지 갈날이 얼마 안 남아서 떨려 :)

건강히 맛있는 거 먹고 즐거운 거 보면서 지내고 계시시고! 항상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즐겁고 행복한 기운을 칠레에서 보내요. 뿅뿅




제목: 청춘

보낸 사람: 명아(******@hotmail.com)

보낸 날짜: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오전 11:10:19

받는 사람: YJee(******@hotmail.co.kr)


지나가고 나면 아쉬운 게 청춘이다. 힘 있고 의지가 있을 때, 많은 일을 해 놓으면 세월 가고 의욕이 떨어질 때 좋은 추억으로 인생의 양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과 기회가 늘 갖추어서 눈앞에 떨어지는 때는 많지 않으니 기회가 생겼을 때 열심히 즐기면 되는 거야. 그러니 즐거운 여행으로 인생의 깊이를 더하면 된다.

나는 여행은 별로 부럽지 않을 나이가 되었고 사실 별로 가보고 싶지는 않은데 네 엄마는 어디론가 가고 싶은 데가 많은 것 같다. 나보다는 훨 많이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ㅎㅎ 언젠가 돈 벌 나이가 되어서 돈 벌면 엄마하고 많은 여행을 다니는 착한 딸이 되렴.

이곳은 5월의 푸르름이 힘을 솟구치게 하고 각종 나물이 풍성 한 계절이라 짧아진 봄을 보내기가 아쉬운 시간이다.
이젠 나물 뜯고 고기 잡고 하는 일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가까운데서 취나물 개두릅 같은 나물은 뜯고 곰취는 하우스에서 사 먹고 하니까 그래도 구색은 맞추는 거지. 비록 계곡에 가서 고기 구워 먹지는 못하고 그냥 집에서 구워 먹지만 ㅎㅎ

어디론가를 여행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비록 몸은 고생이지만 그것도 가슴을 살 찌워서 인생을 살아가는 양식이 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시간 보내기 바란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건강 조심하면서 남은 여행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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