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즐기기

by kim


언젠가 한번 창문 넘어 캄캄한 밤을 가만히 바라 본 적이 있다. 순간, 밤은 내 방 한 칸을 남겨 두곤 모든 것을 어둡게 만들었다. 나는 내 작은 방의 불빛 아래서 밤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그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 밤의 어둠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러자 내가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던 밤은 어느새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응어리진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것도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눈빛으로. 세모진 내 눈은 어느새 말랑말랑해졌고 좀 더 지나선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요란한 발 소리에 정신이 번뜩, 하여 괴던 손을 풀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난 밤이 되면 줄곧 창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밤 즐기기'를 한다. 그냥 그렇게 밤 속을 유영하고 싶다. 아주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