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그린다는 것은….
나는 제주 6년차 이주민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 직장을 그만 두고 시츄(우람이)와 애기냥이와 함께 고양이 화장실을 차에 싣고 6시간을 달려 장흥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왔다.
차라리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너무나 홀가분 했다.
아름다운 함덕 서우봉 아래 마을에 오래된 3층 연립이 우리들의 보금자리 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함덕은 겨울이면 매서운 바람으로 우람이랑 산책하고 길고양이 밥주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두꺼운 옷을 몇겹 입고 모자를 쓰고 머플러로 완전 무장해도 차가운 바닷 바람은 구안와사라는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일찍 가서 다행이 일주일만에 좋아졌지만 내가 따뜻한 서귀포로 이사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 .. 서귀포
서귀포는 제주시에 비해서 야자수도 많고 정말 이국적이고 푸르름이 가득한 곳..
정말 그림 그리기 좋은 곳이다.
제주어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엥기리다 라고 한다..
제주 엥기리다..
나는 제주를 그린다.
자연이 좋고
현장그림이 좋고
하늘과 바다와 초록빛이 참으로 좋다.
내 가방에는 항상 내가 만든 수제드로잉북과 고체물감, 붓과 필통, 물감이 항상 있다.
곶자왈을 걷다가
서귀포치유의 숲과 서귀포 자연휴양림,
사계해안과 가파도를 걷다가
서서 가방을 펼친다.
현장을 바로 보고 기록하듯이 그리는 것을 어반스케치라고 한다.
국제 공인 어반스케치 모임이 각 지역마다 있어 제주어반스케쳐스 모임도 한달에 한번 정모를 하고 함께 현장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제주에 와서 고양이와 그림으로 사람들이 이어지고 지인들이 많이 생겼다.
30년간의 직장생활은 번아웃이라는 상처로 나를 밀어 내었지만 제주는 나에게 치유의 섬이다.
제주는 나에게
꼬닥꼬닥(제주어로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라고 이야기 한다.
고양이를 돌보면서 함께 살아가고
그림을 그리면서 제주에 스며드는 나의 나이듦..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