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끈 24시간 회사 메신저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by 중소기업 사파리

내가 다니는 회사는 2교대로 돌아간다. 우리가 흔히 근무시간이라고 생각하는 9to6가 끝나고 나면, 이어서 다른 교대 팀이 출근한다. 주간 팀과 야간팀이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전혀 다른 업무를 한다. 그러나 야간 팀의 일정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주간 팀이다.


그래서 주간 팀은 최대한 야간 팀에서 일어날 문제들을 미리 예상하여, 준비하는 것이 큰 과제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퇴근 후 저녁에도 수습을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Gemini_Generated_Image_evgu36evgu36evgu.png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된지 6년이 조금 넘었는데, 그 사이 하도 많은 일들이 있어서 틀이 많이 잡혔다. 그래서 밤에 생기는 웬만한 문제는 통제가 된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퇴근 후에 밤에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일 년에 횟수로는 몇 번 있지 않은데, 심적으로는 자주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책임감 때문이리라. 그래서 밤에 핸드폰이 울리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울리지도 않았는데 울린 것 같은 느낌에 핸드폰을 보기도 한다. 담당자가 1차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안 되면 나에게 연락이 올 것이므로.


물건을 오래 쓰면 닳는다.

그런데 감정과 열정도 마찬가지다.

물건은 닳는 부분이 눈에 보이지만,

감정과 열정은 보이지 않는다.

Gemini_Generated_Image_vmgjadvmgjadvmgj.png

울리지 않는 날이 더 많은 회사 메신저를 6년 넘게 24시간 켜 두고, 이제야 깨달았다.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내 탓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회사 업무 특성에 따른 문제요, 시스템의 문제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을 오롯이 내가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그것이 문제였음을.


나의 과도한 책임감이 나를 지치게 하고, 나아가 내 가족까지 힘들게 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알다시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일이 생겼을 때,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 책임감이 내 삶을 침범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스크린샷 2026-04-06 180834.png

요새 멜 로빈스의 THE LET THEM THEORY 가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지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의 나라면, 이 책을 보고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과거의 나: 한가한 소리 한다. 어떻게 내버려 두냐고!!

현재의 나: 회사가 문 닫지 않고 돌아가고 있고, 수익이 나고 있으면 된 거잖아? 내버려두자.



아무리 좋은 내용도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있다. 그 때가 되어야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중소기업 실무자가 본 '가짜' 세무 대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