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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Dec 02. 2018

별의 자리

시필사 22일

별의 자리

                                            이병률

누가 저 별들의 이야기를 지었을까
저 모험들을
저 유순한 이름들을
 그 참담한 기억들을 불러냈을까

기린, 물병, 고래

누군가 그었을까
이 별과 저 별의 마음을

여름하늘에서 가을하늘로
막이 바뀔 때마다
가을하늘에서 겨울하늘로
장을 넘길 때에도
우수수 아까움들을 쏟아내는 저 별들의
적막한 이야기들

누가 밤새 흔드는 걸까
저 별들이 부딪히는 소리로 하여금

나 또한 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소요를
누가 꺼내자는 것일까

화살, 궁구, 백조

선연히 잠 못 이루고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보며
밤하늘의 생각을 참견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자고이래 함께 얼굴을 부비자고 줄을 댄 것일까

이쪽의 마음이 되게 하고
저 건너의 마음을 벗어
둥글게 둥글게 살라는 말로 들리는
저 별들의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
무엇으로 갚아야 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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