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생 1년 차, 제 장래희망은요.

건강하고 씩씩한 고양이가 돼야지.

by 카타
입원중 사진(1일차, 2일차, 3일차)


작년 6월쯤 오래가 방광염에 걸려서 입원을 했다. 아침부터 우리 잠자리에 올라와서 끙끙거리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나와 달리, 언니는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이동가방을 꺼냈다. 그 사이 녀석은 내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개어놓은 이불 위에 올라가려고 애를 쓴다.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는 이불을 개어두었는데 그 날이후로 이불을 개지 않고 생활한다. 오래가 불안할 때 이불 위가 그 불안함을 달랠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오래는 토요일에 입원, 일요일 지나고 월요일에 면회를 갔다.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병원에서 사진을 받았다. 사진 속 오래는 몹시 화가 나있고 불편한 표정이다.


둘째 날 사진 속 오래는 성난 들고양이 모습이다. 집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다. 집에서 보여주었던 해맑고 순수한 표정은 온데간데없다. 우리가 자기를 병원에 버리고 갔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몹시 불안했을 것이다. 목에는 넥카라, 몸에는 불편한 장비까지.


둘째 날 사진을 받고 회사 점심시간에 면회를 갔다. 녀석은 바닥에 엎드려서 계속 울고 있었고,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 나는 녀석이 나를 못 알아보고 할퀴거나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러웠다. 집에서 자주 했던 것처럼 등을 양손으로 문질러 주다가 정말 조심스럽게 내 손등을 녀석의 코에 가까이 대 주었다. 누가 왔는지 모른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소리를 지르던 녀석의 눈빛이 순식간에 집고양이 모드로 돌아왔다. 울음을 멈추고 끙끙거리며 나를 돌아본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하는 듯했다. 순간적으로 나도 몹시 울컥했다.


늘 오래가 외부사람들과 우리를 구분할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오래는 언니와 나, 수의사 선생님 말고는 다른 사람과 접촉을 한 경험이 없다. 한집에서 같이 생활하니까 집에서만 알아보는 게 아닐까 궁금했었는데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다가 돌아서는 눈빛에서 나에 대한 반가움과 안도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녀석이 흥분 상태라 배변 패드를 바꿔주지 못했다고 녀석을 안아달라고 부탁하셨다. 살짝 안아 들었더니 싫어하는 자세인데도 순순히 들려 나온다. 평소 같았으면 몸을 좌우로 흔들고 양발을 아등바등했을 텐데 그런 저항조차 없다. 다시 케이지 안에 넣었더니 뒤돌아 따라 나오려고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한참 녀석을 달래고 미안함과 안쓰러움 등 여러 감정이 복합되어 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리면서 회사에 복귀했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받은 사진을 보면 녀석의 표정이 한결 편안하다. 두 집사가 알 수 없는 곳에 자신을 맡겨두고 사라졌으니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오해였던 것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다.

"우리 엄마 봤어요? 아까 엄마 왔었어요."


반면 오래 옆에 입원해 있던 고양이는 병원 생활에 익숙한 듯 반쯤 누운 자세, '고양이 특유의 귀찮음이 더해진' 온화한 표정으로 한가로이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저런 내공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괴성을 지르는 오래와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다. 아마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웬 소란이냐!" 했을 것이다.


나는 10분 정도 일찍 퇴근해서 녀석을 데리러 갔다. 이동가방에 자리 잡은 녀석을 가슴에 이고, 양손에 방광염을 치료할 사료와 습식캔들을 사들고 100만 원이 넘는 카드값을 지불하고 집으로 귀가했다. 100만 원은 사실 언니와 내가 계비처럼 알뜰살뜰 모아둔 캐시백이었다. 캐시백 모인 것을 어찌 알고 정확한 시기에 아팠다고 언니와 함께 웃었더랬다. 병원을 떠나기 전, 이동가방에 실린 녀석은 종알종알 떠들다가 택시를 타니 집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조용해진다. 이동가방 안에서 나름 식빵도 굽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데려온 순간부터 녀석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번 계기로 오래에게도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 기분이 들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길냥이들을 보면 그런 자유를 빼앗은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 날 이후로 우리는 왠지 진정한 가족이 된 듯하다. 이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아직도 눈과 코가 시큰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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