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랗고 떡대 있는 길쭉한 고양이의 성장기록
동글동글 소녀 같은 외모에 신비로운 파란 눈빛의 아기묘는 냥줍 되신 지 2년 후 각 잡힌 네모란 떡대와 그린계열의 오묘한 눈빛을 지닌 고양이로 성장했다.
어릴 때 사진이라고 해봐야 가장 오래된 사진이 2년 전쯤 사진인데 오래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색하고 순둥순둥해서 다시 보면 늘 새롭고 신기하다.
큰 집사 옆에서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던 시절. 의자도 꼭 하나에 같이 앉아야 했던 아기 오래의 모습이다. 귀가 커지고, 몸집이 커지고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했던 것 같다. 퇴근하면 늘 출근 전보다 자라 있었던 녀석.
같은 포즈, 다른 크기의 오래. 앞발은 허공에, 뒷발은 통닭 자세로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오래가 처음 썼던 숨숨집과 소형 캣타워도 아직까지 사용 중이다.
숨숨집은 오래가 식사를 하는 네 곳 중 가장 편안해하는 곳인데 오래 덩치에 비해 한참 작기 때문에 사료 다섯 알 정도만 넣어준다. 어디까지나 오래 심신안정용이랄까.
소형 캣타워는 오래가 한밤중에 즐겨 사용한다. 앞발로 낑낑거리며 힘들게 올라가던 캣타워를 소리도 없이 한 번에 폴짝 올라가서 쉬고 있는 오래를 발견할 때면 왠지 모르게 감개무량(!)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쑥쑥 자라다니!
한 손으로 녀석을 들어 올리고, 한 손으로 놀아줘도 충분했던 시간들. 궁딩팡팡을 해주기에는 너무 작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양팔로 안아주기에도 버거운 덩치가 되셨다. 생각보다 거대해진 당신!
온몸에 이유식 범벅인 아기 오래와 의자 뒤편에 앉아서 내 머리카락에 냥냥펀치를 날리던 오래. (지금은 오래가 엄청나게 뻥튀기되었기 때문에 한 의자에 같이 앉아있기란 불가능하다.)
이 시기쯤 손가락, 발가락은 얼마나 깨물었는지, 발톱 조절을 못해서 팔다리에 긁힌 상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시간들이 있었나 싶다.
여전히 어릴 때의 쭙쭙이 버릇이 남아서 손을 깨물 깨물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말도 제법 알아듣고, 강도 조절에도 능해져서 기특한 오래.
하품하는 모습, 자는 모습 하나하나가 얼마나 천사 같았는지. 지금은 산덩이처럼 커진 외모지만 여전히 우리 눈에는 가장 귀염귀염한 고양이다. 자고 일어나서 눈이 마주치면 뒹굴뒹굴하며 애교를 부린다. 어릴 땐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귀엽지만 덩치 큰 고양이로 성장했을 뿐!)
어릴 때 넉넉하고 충분한 품을 자랑하던 우리들의 베개는 오래에게 더 이상 잠자리 구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본인 물건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베개를 더 애정하는 오래.
오래가 식빵을 굽고 있는 모습을 보면 커다란 돌덩이 같다는 생각도 가끔씩 하게 된다.
대파 인형은 아기 오래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인형이었다.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녀석이라 가지고 놀다가 더러워지면 버려두었다가 세탁해서 보이는 곳에 다시 놓아두면 신나게 가지고 놀곤 했다.
몸집보다 커다란 대파 인형과 함께 자고 놀고 했던 시간, 온몸으로 대파인형과 레슬링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발톱으로 찍어서 대파인형을 깨물 깨물 할 수 있는 막강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너를 만나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들을 경험하고 있는데
오래 너는 어떠한지.
오래를 데려온 이후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오래의 행동과 모습들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다. 카메라로 찍었으면 더 좋았을 걸. 동영상이라도 조금 남겨둘걸 하는 마음.
오래의 2년 후를 기록하는 지금, 작은 모습 하나 놓칠세라 급하게 휴대폰을 들어 열심히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며 어설프지만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았던 나 자신을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