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고양이를 냥줍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큰집사를 선물한 것에 가깝다. 냥줍은 내가 했지만 나는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었기에 육묘는 재택근무하는 언니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참 신기한 것은 낮동안 언니와 붙어있으면서도 밤에는 내 어깨 위나 가슴, 다리 등에 붙어서 잠을 청하곤 했다는 것이다. 어깨 위에서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거나, 주말에 늦잠을 잘 땐 옆으로 누워있는 나의 겨드랑이에 올라와서 빨리 일어나라고 은근히 눈치를 준다.
함께한 시간이 적음에도 나란 존재에게 적당한 역할과 의무감을 챙겨주는 녀석의 배려가 어찌나 황송한지. 그런 녀석의 배려가 따뜻해서 나는 녀석과 더 꼭 붙어서 잠을 청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