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저자가 생뚱맞게 오리너구리 얘기를 한다. 알을 낳는 포유류 오리너구리는 오리너구리과 오리너구리속 오리너구리종인데, 기존 동물의 체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바람에 스스로 계통 자체가 되었다고 한다. 이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핵개인’은 우리 사회가 그간 치켜세우던 주요 가치들과 상당 부분 상충하는 존재다. 핵개인은 AI 기술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가능해야 하므로 자연히 근면 성실의 가치는 예전만 못해지고, 여기에 더해 끊임없는 자기 갱신을 요구받는다. 이 사이클에서 도태되면 다음 세대의 혐오를 각오해야 한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해치는 오랜 관습을 과감히 타파하고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핵개인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오리너구리’인 것이다.
핵개인의 출현에 크게 이바지한 AI 기술은 내가 번역하는 콘텐츠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자체 AI 기술을 개발해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ChatGPT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 기술이 내 밥그릇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는 어디로 방향을 틀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자주 생각한다. 이력서와 링크드인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추천 채용공고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할까 자주 갸웃한다. 저자는 AI 번역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모국어를 극단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오히려 “유리해진다“는 주장을 소개하는데(p124) 번역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였으나 다소 피상적이고 짧은 내용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어쩐지 ‘핵개인’이라는 말이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빅테크 업계의 무언가로 느껴지다가도, 끊임없는 세대 교체 속에서 새로운 생애 주기를 반복적으로 맞이할 미래에 어떻게 하면 전 세대가 평화로이 공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에 마땅한 방법을 체득해 나가는 것이 핵개인의 요지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P124 한편에서는 자신의 모국어를 극단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유리해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개념 표현을 가장 논리적으로 깊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번역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어떤 경우든 직관적인 착상을 논리적인 전개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역량, 즉 언어 능력이 인간이 아닌 지능 개체와 협업하는 데 소중한 자질이 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