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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린 Dec 05. 2023

시어머니 구출 작전

호주인 시어머니와 나 #1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운전대를 잡고 거의 7시간이 걸렸다. 초보 운전자인 나 역시도 장장 7시간의 고속도로 운전에 동참해야 했던 긴 여정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그저 '외딴 지역'에 사는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었으나 비밀리에 남편과 나는 우리의 여행을 '엄마 구출 작전'으로 명명했다.

시어머니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남자는 알코올 중독이었다. 다행히도 신체적 폭력은 없었지만 말로 또는 정서적으로 시어머니를 힘들게 했다.

시어머니는 현재 71세.
더 이상 10년 전의 팔팔했던 시어머니가 아니다.
남편과 나는 이 여행길에서 최소한 그녀가 안전한지 점검을 하고 가능하면 그곳을 떠날 수 있도록 돕자고 그렇게 합의를 했다. 물론 시어머니의 동의가 필요하다.

시어머니를 안 세월은 거의 11년. 11년 동안 시어머니의 인생에는 여러 차례 고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시어머니는 자식들의 도움을 거절하셨고 홀로 고비를 남기시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 작전 역시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일곱 시간을 운전해 달려간 곳은 외딴 캠핑장,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시면 종종 이곳에 오셔서 쉬고 가신다고 했다. 우리는 시어머니와 함께 캠핑을 며칠간 해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최애 하는 아들을 만난 시어머니는 신이 나셨다. 그렇게 신이 난 시어머니를 앞에 두고 남편과 나는 비밀리에 우리의 작전을 수행해야만 했다.

먼저 동거남에 대한 파악부터 시작했다. 시어머니에 말에 따르면 아직 신체적인 폭력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랑 남편의 눈이 마주쳤다.  신체적 폭력은 시간문제라는 것.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둘째는, 시어머니가 동거남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 파악을 해야 했다. 과거에도 이 둘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기에 현재 시어머니 의중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했다. 확인해 본 결과, 시어머니는 떠날 수 만 있다면 떠나고 싶어 했다. 그 동거남이 이제는 바람까지 피운다고 한다.(이 남자 골고루 한다.)
이로써 남아 있던 조금의 애정까지도 다 사라진 듯하다.

셋째는, 연세 드신 시어머니가 홀로 짐을 싸고 가구를 옮길 수 없으니 우리가 머무는 동안 최대한 도와야 했다. 이제는 정말 그 남자를 떠나고 싶으셨는지 짐 정리를 도와 달라고 하셨다. 우리는 함께 시어머니의 짐이 쌓여 있는 창고에 가서 여러 짐들을 정리하고 처분했다.


물론이 모든 것이 동거남이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나랑 남편은 시어머니께 당분간 우리와 함께 지내자고 제안을 했다. 우리는 도저히 시어머니를이 곳에 홀로 남겨 둘 수 없었다. 예상과는 다르게(늘 독립적인 시어머니)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그렇게 우리는 시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니의 많은 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구출작전은 3일 만에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3일 동안 우리는 심리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고갈되었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한 집에서 지내는 시간들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시어머니가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됐다.


시어머니와 함께한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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