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당분간 함께 지내시는 시어머니, 시어머니를 보면 뭐든 해드리고 싶다. 밤에는 따뜻하게 주무셨는지? 담요가 더 필요하지 않으신지? 드시고 싶은 건 없으신지 살피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내 성격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 역시도 챙김을 받고 싶은 욕구들이 있다.
관계 맺음이란 상호 작용이다.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거나 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 내가 시어머니에게 바라는 마음 없이 무조건! 뭐든지 드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지 않겠지. (속이 상하니까 글을 쓰는 거다!) 고백하자면, 나는 고결한 짝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다.
시어머니를 도와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면 남편과 나는 상의를 한다. 남편과 함께 논의한 사안에 대해 남편은 시어머니에게 알리고 그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남편은 일종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일까? 시어머니는 본인을 돕고자 하는 우리 부부의 노력이 그저 온전히 본인의 아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니 내게 고마워하지 않으신다.
이젠 아들만을 위해 고기 밥상을 차리시는 시어머니를 이해한다. 난 채식을 한다. 말 그대로 나는 찬밥 신세. 섭섭함을 내려놓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남편의 저녁상을 준비하시니 내 할 일이 줄어들었다. 좋은 거다.
하지만 이 일방적인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기 전에, 이 짝사랑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니 시어머니에 대한 내 짝사랑을 거두진 않겠다. 다만 건강하고 쿨하게 짝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보리라.
내 성격상시어머니가 경제적, 건강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으실 땐 안 본 척, 못 본 척 넘어갈 수는 없다. 다만 일상에서의 소소한 부분들은 본인이 내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돕겠다. 이젠 내가 방문을 두드리며, 뭐 더 필요한 게 없으신지 물어보며, 먼저 챙기는 행동들은 하지 않으리라!
나는 시어머니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내 사적인 공간을 시어머니와 100% 공유 중이다. 이 정도면 나는 충분히 하고 있다. 내가 원했던 고부 관계는 서로 챙겨 주고 또 감사해하는 그런 관계였다. 내가 너무 이상적이었나?
쿨한 며느리가 되어 보자고 다짐을 했건만, 몇 시간 뒤에 다시 시어머니에게 자발적으로 다가가 뭐 필요한 게 없으신지 물어보는 바보 같은 나. 아이고 이 칠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