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아내는 거실 바닥에 앉아 겨울옷 정리를 시작했다.
옷장 깊숙한 곳에서 작년에 입던 긴 코트와 짧은 패딩이 줄줄이 불려 나왔다.
아내는 거울 앞에 서서 코트를 몸에 대보더니 내게 물었다.
아내 : "오빠, 올해는 '롱'이 유행일까, '숏'이 유행일까? 작년엔 다들 롱패딩만 입더니, 올해는 또 짧은 게 예뻐 보이네."
나는 노트북으로 테슬라 주가 차트를 보다가 무심결에 대답했다.
나 : "글쎄, 주식 시장은 지금 '숏' 잡은 사람들이 난리긴 하던데..."
아내는 옷을 접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돌아봤다.
아내 : "어? 주식에도 롱이랑 숏이 있어? 뭐야, 주식도 길게 사고 짧게 사고 그런 거야? 아니면 옷처럼 유행을 타는 건가?"
아내의 엉뚱한 질문에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에게는 '롱'과 '숏'이 옷의 길이었겠지만, 시장에서는 돈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나 : "하하, 옷이랑은 좀 달라.
주식에서 '롱(Long)'은 주가가 오를 거라는 데 배팅하는 거야.
우리가 보통 주식을 사서 '오래(Long)' 들고 있으면 돈을 버니까 롱이라고 부르지.
한마디로 '주가야, 올라가라!' 하고 응원하는 쪽이야."
아내 : "아,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산 삼성전자나 S&P500은 다 '롱'인 거네?
그럼 '숏(Short)'은 뭐야? 짧게 가지고 있는 거야?"
나 : "아니, '숏(Short)'은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거라는 데 배팅하는 거야.
'주가야, 내려가라!' 하고 비는 쪽이지.
남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슬퍼할 때, 숏을 잡은 사람들은 파티를 열어."
아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내 : "아니, 상식적으로 주식이 없는데 어떻게 떨어지는 거에 돈을 걸어? 내려갈 주식을 미리 파는 게 가능해?"
나는 아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내의 '최애' 명품백을 예로 들기로 했다.
나 : "자, 잘 들어봐. 자기가 친구한테 아주 비싼 샤넬백을 하나 빌렸다고 치자.
지금 그 가방 시세가 1,000만 원이야. 근데 자기는 이 가방 가격이 곧 떨어져서 똥값이 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어."
아내 : "오, 그럼 바로 팔아야지!"
나 : "그렇지! 자기는 빌린 가방을 시장에 홀랑 팔아서 현금 1,000만 원을 챙겨.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진짜로 가방값이 폭락해서 700만 원이 됐어.
그럼 자기는 그 700만 원으로 똑같은 가방을 다시 사서 친구한테 돌려주는 거야. 자기에겐 얼마가 남지?"
아내 : "어... 300만 원이 남네? 가방도 돌려줬고!"
나 : "그게 바로 '숏', 즉 공매도의 원리야.
남의 걸 빌려서(Short) 미리 팔고, 나중에 싸지면 사서 갚는 거지.
주식 시장에서도 가격이 내려갈 것 같을 때 이런 식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
아내는 "우와, 진짜 영악하다!"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이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내 : "근데 오빠, 만약에 가방값이 떨어지기는커녕 2,000만 원으로 오르면 어떡해? 난 이미 팔아버렸는데!"
나 : "바로 그거야! 그게 숏 투자의 무서운 점이야.
'롱'은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0원이 되면 끝이지만, '숏'은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면 자기가 물어내야 할 돈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어.
그래서 초보자들은 절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위험한 방식이지."
아내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아이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그런 아내를 안심시키며 우리 같은 개미들이 접할 수 있는 '맛보기용' 상품들을 알려주었다.
1.미국시장 (미장)
(1) [롱 - 순한 맛] QQQ (나스닥 100)
"가장 기본이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1등부터 100등까지 모아놓은 거. '미국 기술주는 영원히 우상향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해."
(2) [숏 - 아주 매운 맛] SQQQ (나스닥 100 인버스 x3배)
"이건 TQQQ의 정반대야. 나스닥이 1% 떨어지면 3% 수익이 나. 시장이 폭락할 것 같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숏'의 대명사지."
2. 한국 시장 (국장)
(1) [롱 - 순한 맛] TIGER 미국나스닥100
"미국 QQQ를 한국 주식처럼 편하게 사는 거야. 환율 변동까지 반영되니까 달러 투자 효과도 있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으는 '롱' 바구니 중 하나야."
(2) [숏 - 매운 맛] KODEX 200선물인버스2X (일명 '곱버스')
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숏 상품이야. 지수가 떨어질 때 2배로 수익이 난다고 해서 '곱하기+인버스'를 합쳐 '곱버스'라고 불러. 하락장이 오면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유명해."
나 : "그래서 보통은 직접 빌려 팔기보다는 '인버스(Inverse)'라는 이름이 붙은 ETF를 이용해.
주가가 내려가면 반대로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바구니지."
아내 : "오빠, 나는 그냥 '롱'이 체질인 것 같아. 남의 불행(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것보다, 우리가 믿는 회사들이 잘돼서 다 같이 웃는 게 좋잖아. 내 코트도 그냥 롱코트 입을래. 길게 가자!"
나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옷 정리를 도왔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도 그랬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보다,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이 훨씬 더 큰 손실이다"라고. 결국 자본주의는 인류의 발전과 함께 우상향해왔으니까.
나 : "맞아. 우리 인생도 '롱' 포지션이어야지.
당장의 작은 굴곡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의 시간이 쌓여서 커다란 가치를 만드는 그런 투자 말이야."
아내는 기분 좋게 옷 정리를 마치고 내 어깨에 기대어 말했다.
아내 : "근데 오빠, 내일 마트 물가를 '숏' 으로 잡으면 좋겠다 거긴 좀 떨어져야 우리가 '롱'으로 살 거 아냐!"
아내의 재치 있는 농담에 밤공기가 한결 따뜻해졌다.
주식의 방향은 때때로 우리를 배신할지 모르지만, 서로를 향한 우리의 마음만큼은 언제나 '롱' 포지션임을 확인하며 깊어가는 가을 밤을 마무리했다.
[젠틀LEE의 한 마디]
상승에 거는 '롱'은 희망에 투자하는 것이고, 하락에 거는 '숏'은 공포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공포는 짧고 강렬하지만, 희망은 길고 끈기 있게 승리해왔습니다.
초보자인 분들은 희망에 거는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