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디게 안 들어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엎어놓고 딱 패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은 그런데... 어휴, 저걸.. 째려만 보다 또다시 지고 만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체질에 까탈스럽고 예민하던 나의 첫째는 감기면 감기, 새롭게 유행하는 바이러스면 바이러스 종합 병원처럼 잔병치레를 했었다. 17살이 된 지금도 허약체질은 마찬가지인데 본인이 느끼는 자신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이 철부지 녀석은 요즘 이상하게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하는 거 같다. 일부러 그러지는 않을 텐데 정말 꼭 그렇게 느껴지는 걸 보면, 그냥 놔두고 보기에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일 테지.
사춘기가 늦게 와서 좋구나 생각했더니 그렇지도 않다. 늦게 찾아온 사춘기에 어설픈 자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기가 중3 겨울방학 이라니.. 세상에.
타고난 허약체질에 먹는 걸 즐기지도 않고, 그나마 유일하게 즐겼던 운동인 농구는 코로나로 멀어진 지 오래. 신체 활동도 없이 집안에서 게임만 하는 게 보기 싫어서 게임을 금지했더니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몰래 pc방에 갔던 모양이다. 죽고 못 사는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여러 차례 몰려다닌 후 아들을 찾아온 건 설마 했던 코로나.
어젯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몸살이 난듯하다는 아들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어지간하면 엄마에게 책잡히기 싫어서 아파도 안 아프다고 할법한데 아프다고 하는 건 정말 아픈 거다.
아침이 되자마자 동네 병원을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아니길 바랬는데, 역시나 첫째는 양성.
보건소로 가서 PCR 검사를 완료하고 남은 가족들 또한 전부 검사를 진행했다. 자신 때문에 온 가족이 추위에 떨며 검사를 하는 모습을 본 아들은 어깨가 축 처졌다. 미안함도 미안함이겠지만 자신이 양성이라는 결과가 아마 큰 충격이었을 거다. 겁을 잔뜩 집어먹고 움츠린 모습을 보니, 말을 그렇게 안 들어 처먹어 그렇지! 하던 마음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저 철부지를 어찌해야 하나... 싶다. 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은 모두 음성이라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던 아들 녀석. 넌? 너 아픈 건! 엄만 니 걱정이다. 이 자식아.
이번 바이러스도 우리 집을 그냥 지나쳐 가지는 않았다. 우리 집 면역력 구멍인 아들 녀석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건 이번 일로 아들이 아픈 것 이상의 무언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일,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 바로 지금이 즐거운 선택을 하기보다는 조금 더 앞을 내다보고 참고 인내할 수 있는 현명함 비슷한걸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너의 사춘기도 결국은 지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