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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Jun 17. 2024

멋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말하는 학생에게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상담교사로 학교에서 일을 하면 학교의 전교생을 상담할 수는 없지만 몇몇 학생들과는 많은 회기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친밀한 사이가 됩니다. 학창 시절에 고민이나 어려움이 클수록 저와 자주 만나게 될 확률이 많습니다.


상담을 통해 자주 만나 온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며 고등학생과 성인이 되고 저는 학교에 남아 또 다른 아이들을 또 상담하며 현장을 지키는 것이죠. 그렇게 학교를 지키다 보면 졸업한 학생들이 종종 연락올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서 각자의 위치에서 삶을 잘 살아내면서 또 크고 작은 고민들 앞에 서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연락을 한 학생들은 자신의 학창 시절 뾰족했던 모습들을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학생: "그때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저 지금 안 그래요. 그때 저 사춘기라서 그랬어요"


또 나중을 기약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찾아오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학생: "샘 멋진 어른이 되어서 찾아갈게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 학생들에게 저는 말합니다. 힘든 시절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또 지금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도전하고 있으니 이미 멋진 어른이라고 말입니다.


고민이나 어려움을 상대방에게 듣는 경험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에게조차도 쉽게 허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 지나갈 수 있는 것은 큰 영광입니다. 시간이 지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제가 상담을 계속할 수 있는 하나의 큰 이유이자 동기이기도 합니다.


졸업한 아이들과 종종 연락하며 오늘도 말 못 할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들 곁 함께 버텨줄 것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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