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한 주를 보냈습니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 리하르트 프레히트는 인간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주변의 모두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사회에서 소외된다고도 했는데, 저 역시 휴직 기간동안 간접적으로 그런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일하는 낮에 혼자 집에 있는 것은 때로는 근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적막감으로 쓸쓸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지인들을 가끔 만나긴 했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휴직 기간을 지나 다시 학교로 복귀하니, 수많은 관계와 정보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얼떨떨한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사람들 속에서 저라는 존재를 자연스럽게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혼자 낮을 보내던 삶에서 갑자기 큰 무리 속의 나로 환경이 바뀌면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담교사라는 직업은 늘 갈등을 목격하게 됩니다. 주변 모두가 이상적인데 ‘나만의 문제’로 상담실에 찾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친구 관계 문제로 상담실을 찾습니다. 크게는 학교폭력, 작게는 친구와의 오해, 감정 충돌 등 다양한 이유로 찾아옵니다. 뿐만 아니라 가정 내 불화 역시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며, 자해, 학업 중단, 우울 등 무거운 주제들 또한 결국은 주변과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료 교사들 간의 입장 차이와 갈등 또한 목격하게 됩니다.
혼자 지내는 사람은 갈등을 겪을 대상이 없으니, 누군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적습니다. 반면, 큰 무리 속에 속한 사람은 여러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혼자의 삶이 더 편안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갈등에 대해 무조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나와 갈등을 겪는 대상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서로 간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합의를 위해서는 나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며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후 반성을 통해 행동을 개선하고 상대방에게도 잘못한 부분을 사과받으며 성숙하게 해결해 보는 과정은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것입니다. 회피하는 방식은 편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갈등의 중심으로 들어가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상대를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나를 더 성숙하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갈등을 자주 경험하고 해결해볼수록,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은 점점 더 세련되고 유연해질 것입니다. 갈등 해결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당연히 서툴고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경험을 통해 갈등을 다루는 법은 분명히 익혀나갈 수 있습니다. 만일 상대가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이 안하무인으로 나오더라도 적어도 자신은 건강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으니 스스로를 더 인정해 주고 칭찬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 트윈스터스(토네이도 이야기)에는 "두려움은 맞서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거야."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심리상담과 조직 내 대인관계를 통해 만나게 될 수많은 갈등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대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로운 상담교사가 되겠노라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