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글보다 말이 아름다울 때
우리 동네에는 아주 큰 도서관이 있는데, 이번에 이슬아 작가가 '끝내주는 책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녀가 강연을 한다는 소식에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예약을 신청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엄청난 팬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메일을 통한 구독 형태의 글쓰기를 가장 먼저 시도했고 작가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이조차도 사실관계가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이슬아 작가가 우리 동네에 강연을 하러 온다니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특히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올해 책 발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판계의 프로가 하는 조언이 꼭 필요했다. 이슬아 작가의 최근 작품도 얼른 교보문고에서 구입했다. 바쁜 학교 생활에 치여 고작 한 권의 책조차 다 읽지 못한 채 나는 강연장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 중에는 작가님의 팬이 많아 보였는데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를 만날 생각에 현장의 분위기는 꽤나 들떠있었다. 나는 왠지 내가 있으면 안 될 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약간 뻘쭘하게 강연을 기다렸다. 아무튼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작가님을 기다렸고 이윽고 그녀가 등장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작가님이 강연석에 등장해 인사를 건네었는데 그녀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하고 화려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자연스레 강연은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끝내주는 책은 어떻게 만드는 거죠?'라고 마음속으로 물으며 작가님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자 했다. 그런데 작가님은 먼저 산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사는 동네는 산불 피해와 인접한 지역에 있었으므로 얼마 전까지 힘든 상황 속에 있었다. 그리고 작가님은 산불 피해를 입은 할머니에 대한 글을 소개했는데, 주변 사람과의 연대를 통해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이곳에 오기로 하면서 산불 피해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한 작가님의 섬세함에 흠칫하며 이야기에 계속 귀를 기울였는데, 어떻게 하면 책을 기술적으로 잘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초보 작가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잘 전해졌다.
책에서 만난 작가님(물론 한 권도 다 읽지 못했다.)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진심들이 더 아름다워 나는 감동을 받았다. 사람들이 이슬가 작가를 왜 좋아하는지 그녀의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왜 움직이는 지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작가가 되기 위한 아주 초보적인 질문에도 정성스레 답변해 주고 질문을 한 모두에게 글을 계속 쓰라며 말 끝에 '파이팅'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 '파이팅'은 권위적이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묵묵히 자신만의 글을 써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선배 작가로서의 진심이었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강연을 들으며 그녀가 내내 보여준 다정함이 내게 가장 놀랍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마음의 모든 것을 일일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섬세해서 타인에게 잘 전달되는 사람. 나도 작가님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