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평생을 울면서 사는 것 같다." 오랜만에 통화했을 때 이모가 했던 말이었다. 나의 삶에 슬픔이 많기도 했지만 나는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것 같을 때 거의 마지막 수단처럼 이모에게 연락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모가 보기엔 그게 사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반발심이 생겼던 건 그 말이 "너만 힘드니, 그만 좀 울어." 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힘들 땐 참 안 좋은 점 하나가 모든 말을 꼬아서 듣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위로해 준 말을 듣고도 상처를 받고 더 구석으로 들어가 웅크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내게 좋은 순간이 전혀 없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내가 여태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한 번씩 찾아와 준 좋은 순간들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들은 영영 떠나가지 않고 생생하게 나타나 온기를 전해주곤 한다. 해리포터가 볼드모트와 정면대결할 때 힘을 모아주었던, 물리적으론 없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사랑의 존재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참 자주 깜빡깜빡 하는게 문제이다. 오늘 아침 일도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을 땐 덜컥 무서울 때가 있다. 이러다간 꿈꾸고 일어난 날 아침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꿈의 내용처럼 내 좋은 기억들도 점점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네이버 클라우드에서는 정기적으로 오늘과 날짜가 겹치는 과거의 사진들을 모아서 보여줄 때가 있는데 확실히 그런 기록들을 보면 보다 생생하게 그 때가 다시 떠오른다.
얼마 전엔 자다 깨서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던 중에 "초밥 먹고 싶다." 징징거렸더니 "내가 시켜줄까?"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망설였다. 취업이 안돼 긴 시간 힘들어하던 친구이고, 최근에야 취업에 성공해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맛을 다시금 맛보기 시작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설이는 도중 내가 밥을 살 때마다 난처하면서도 미안하고 여러 복잡미묘한 감정이 드러났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래, 나도 이번에 맛있게 받아 먹고 다음에 또 사주는게 좋겠다!" 라는 결론을 냈다. 그래도 제일 저렴한 메뉴를 골라 친구에게 보여줬다.
"이거 말고 B세트(더 비싼거) 시킬꼬얌." 친구는 귀엽게 말하고는 피스도 더 많고, 소고기까지 올라가는 구성으로 주문을 해줬다. 도착알림, 인증사진, 후기알림까지 부지런히 전송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충만한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사실 친구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 전 일주일 정도 식욕도 없고 살기 싫단 생각에 사로잡혀 가던 중이었다. 그랬던 게 친구가 시켜 준 초밥세트에 행복함으로 바뀐 것이다. 이거 봐, 나한테도 좋은 순간은 있다니까. 그리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