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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by Tony Kim Jul 30. 2017

블록체인에서 가능한 재미난 비즈니스 모델

블록체인 비즈니스 맛보기

블록체인 말은 많은데 감도 잘 안 잡힐 때가 많죠? 오늘은 실제 어떤 응용이 가능한지 이야기를 해 볼게요. 정말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에요. 그중 직관적이며, 제가 흥미롭게 본 세 가지 비즈니스입니다. 


첫 이야기: 지구 끝까지 쫓아가 1원까지 전달하는 음악 저작권

이모젠 힙(Imogen Heap)은 1977년생의 영국 가수예요. 스물한 살의 나이에 데뷔를 했지만 20년 가까이 별로 유명하진 못했어요. 유명세가 덜한 아티스트가 항상 겪는 문제는 적은 수입이죠. 중간에서 떼어가는 게 너무 많아요. 


에이전트, 음반사나 프로모션 회사들이 출판권, 음원사용권, 공연권 및 후원권 등 각종 권리에서 큰 파이를 떼어가지요. 이뿐인가요. 음악저작권협회, 방송사, 스튜디오, 도매상, 공급사, 스트리밍 사들이 수익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어요. 공급사슬(supply chain)이 매우 복잡한 중간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러고 남은걸 가수, 작곡가, 편곡자, 세션맨들이 나눠 갖는 구조이니 가뜩이나 유명하지 않은 것도 서러운데 저작권 수입이 보잘것없게 되는 겁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소비자가 지불한 돈 중 정확한 비율로 아티스트에 지급되지도 않는단 점이에요. 

대형 유통사의 갑적 지위와 복잡다단하면서도 전통적으로 불투명한 산업구조도 이유입니다. 다른 이유는 작은 레이블 사나 인디 가수의 경우 정산을 정확히 하는 게 행정적으로 쉽지 않은 점도 있다고 합니다. 음원 소유자를 모르거나 수취인 불명 같은 사례도 심심찮고요.


어쨌든 이모젠 힙은 2015년 Tiny Human이라는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음원을 배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매 음원을 감상할 때마다 누가 언제 얼마나 들었는지 분산 원장에 저장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전체 음원이 창출한 매출에 따라 스마트 계약이 작동하면서 정확히 받아갈 사람들에게 얼마를 정산할지 알 수 있지요. 게다가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얹으면 전제조건이 만족되는 순간 바로 각자에게 정당한 몫이 순식간에 지불됩니다.


물론 이모젠 힙의 실험은 블록체인 자체로 수익이 크진 않았을 겁니다. 두 달간 수입이 100달러가 좀 안됐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이모젠 힙은 블록체인 음원 모델의 선구자가 됐고 유명해졌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기록을 찾아보니, 이 글을 쓰는 현재 506,148명의 월간 청취를 기록하고 있네요. 미국에서 나름 유명세를 갖는 2NE1이 508,730명이니 대단하죠.

참고로 스포티파이는 올해 4월 Mediachain이라는 블록체인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음원협회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면서, 소규모 제작자와 가수들에게도 '정확한' 음원 사용료를 지불할 구조를 만들겠다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둘째 이야기: 나도 명화를 소유할 수 있다 

재능은 있지만 아직 유명하지는 않은 화가가 있어요. 이 사람의 전도는 유망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와 몇 명이 모여 이 사람 그림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쳐요. 천만 원 가치로 합의하고 80명이 모여서 10만 원씩 내고 80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이제 이 그림의 80%는 우리 후원자 그룹의 소유이고 나머지 20%는 작가가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원받은 800만 원으로 작가는 배 안고픈 생활도 하고 새로운 그림도 그리면서 점점 유명해져요. 결국 그 그림은 좋은 값에 팔려요. 이제는 각자 몫대로 나눠가지면 될터에요. 하지만 실제로 이 다자간 정산을 하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겠지요. 게다가 십수 년 지나면, 중간에 권리자도 막 바뀌고 이사도 가고 하다 보니 돈을 나눠줄래도 누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어딨는지 찾기도 힘들 거예요. 게다가 선의는 변하기도 하죠. 분쟁도 막 생길 수 있어요.


만일 블록체인을 붙여서 각자 후원한 몫을 분산원장에 등기해 놓는다면 어떨까요? 각자 몫은 블록체인 상에 영구히 저장되고 천만 원짜리 그림이 작가가 유명해져서 1억 원 정도로 가치가 상승하면 중간에 적당한 배수의 가격에 팔아도 됩니다. 새 주인도 블록체인상에 변경된 소유 기록만 업데이트하면 되니까요. 작가가 더 유명해져서 큰 부자가 이 그림을 5억 원에 사기로 해요. 그럼 전체 픽셀 소유주의 51% 동의를 얻고 판매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보다 50배 오른 각자의 몫을 스마트 계약에 따라 정확히 수령할 수 있지요.


이 경우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작품을 쉽게 현금화할 수 없는 아직 무명의 작가도 재능을 인정받는 사람들로부터 후원이 아닌 선권리 판매의 형태로 수입을 갖게 됩니다. 그 투자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가의 성공을 위해 더욱더 많이 알리려 노력하면서 금전 이외의 도움도 주려 하겠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림이 현금화되었을 때 행정적 수고가 거의 없이 스마트 계약에 의해 일괄 정산이 됩니다. 모두는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환상적이죠? 어찌 보면 그림 하나의 시간적 성장이 비상장 주식이 상장되는 과정과도 비슷해요.

실제로 이 사업을 하는 회사가 실리콘밸리에 있습니다. Artstock exchange인데 미국, 유럽, 우리나라 등 주요 거점에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소를 만들고 주식처럼 그림의 일부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모델이에요. 회사는 미국에 있지만, 대표분은 한국인이고 미국과 한국 개발자분들이 태평양 오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만나봤는데 매우 쾌활한 분이에요. 


저는 메디치 이후에 최고로 흥미로운 후원 모델 아닐까 생각했어요. 명화를 지분개념으로 소유하면서, 아티스트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말이지요. 메세나(mecenat)의 시민화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이야기: 드디어 컨텐츠를 현금화할 수 있다

제 과거 직장도 그렇고, 지금도 관련한 몇 개의 스타트업과 일하고 있어서 저는 미디어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몇 년을 공부했는데, 미디어는 그 자체로 수익화하기가 어렵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이었습니다. 컨텐츠의 직접과금은 국내외에서 수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광고와 부대사업으로 1차 정리가 된 상황이지요.


그런데 블록체인을 붙이면 어떨까요? 내가 쓰는 글이 페이스북의 like 같은 형태의 공감을 받는 동시에 그 컨텐츠에 직접 송금도 가능하고 아니면 컨텐츠의 영향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관리비용도 거의 안 들고 누군가가 조작하기도 어려운 상태로 투명하게 말이죠.

스팀잇(steemit)이라는 서비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겉보기는 보통의 블로그 서비스와 같습니다. 하지만 업보트(upvote)라는 공감 버튼을 누르는 순간 스팀(steem power)이 돌아가면서 컨텐츠 생산에 따른 보상이 정확히 부합하도록 경제 시스템이 움직여요. 

투표(voting)를 하면 스팀 파워의 양이 늘어나고 스팀 파워가 큰 사람이 하는 투표는 더 가중치를 줍니다. 이건 큐레이터 모델이에요. 현재의 네이버나 ㅍㅍㅅㅅ같은 큐레이터 기업을 거치지 않고 좋은 글을 골라내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검증되면 큐레이션으로 돈을 벌게 됩니다. 

물론 저자는 스팀 경제의 자기 몫을 바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스팀 경제의 인프라를 목격하고 기록하는 스팀 채굴자들도 수고의 대가를 가져갑니다.


스팀잇은 아직 초기라 정교함이 떨어지고 그래서 더 발전할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컨텐츠 비즈니스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미래를 봅니다. 낱글 단위의 과금이 비용 제로에 가깝게 가능하고, 수학적, 사회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어 어뷰징이 매우 어려워지니 말이죠. 

심지어 광고도 붙일 수 있어요. 돈을 영향력 화폐로 환산해서 자기 컨텐츠를 밀면 되거든요. 이 경우도 투명하게 공개되니 문제 될 점은 없어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느낌 오시나요?


이런 블록체인 컨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돌아가면, 페이스북은 저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더 확대되면 네이버와 구글이 페이스북 옆에 가서 찌그러져 있겠죠. 

분명 지금 소개한 모델은 아직도 시간이 한참 걸려야 성숙해질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블록체인 스페이스의 아주 작은 사례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블록체인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등가라 생각되고, 투기나 범죄의 그늘을 덧입은 채로 보는 분들에게 상상의 계기는 될 거라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흥미롭고 바로 와 닿는 직관적인 모델을 주로 예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생활 곳곳에 응용하면 기존에 못하던 일을 할 수 있거나, 비싼 일을 싸게 하고, 기분 더럽던 일이 상쾌해질 수 있어요. 카카오뱅크 앱 한번 깔아보면 뱅킹이 어찌 바뀔지 느낌 오는 것처럼요. 저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블록체인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다음 글은 블록체인이 그래서 뭔지에 대해 써볼까 해요. 근데 글이 너무 길지 않나요?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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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입니다. 비즈니스와 생활 속 블록체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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