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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꿈꾸는 세상
by Tony Kim Aug 02. 2017

디지털 아나키스트,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한 비트코인의 간단한 탄생 배경

비즈니스 관점에서, 세상 이해하는 목적으로 가볍고 좀 쉽게 블록체인을 공부하다 보면 항상 막히는 지점이 기술적 부분이에요. 그리고 그 기술적 난점은 항상 비트코인을 가리키고 있어요.  


따라서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말아요. 제가 비트코인 안쪽을 들여다보지 않고 쉽게 가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가 이미 실패했기 때문에 믿어도 좋아요.

물론 그렇다고 개발자처럼 비트코인을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블록체인이라는 세계가 비트코인에서 기원했기에, 나오는 용어와 개념이 비트코인에 기대어 설명하거나 그 위에 올려지는 기술이 많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비트코인의 지향점과 탄생 배경을 간단히 말하고자 해요.  


디지털 아나키스트의혁명

비트코인의 근간이 된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이 세상에 발표된 건 2008년 10월입니다. 네, 맞아요. 리만 브라더스의 금융 스캔들이 터진 직후죠. 세상이 패닉과 고통으로 신음할 때 발표된 이 논문은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비트코인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이거였어요.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통화를 만들자.

그래서 어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첫째 목표였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통찰은 화폐의 본질을 뚫어보고 있어요. 이 부분은 따로 포스팅할 정도로 깊고 넓습니다. 진행을 위해 줄여 말하면, 현대 경제 시스템의 문제는 미국 달러의 조작적 과대평가예요. 종이조각에 불과한걸 우린 믿죠. 화폐 본연의 가치가 아니라 미국의 힘과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기반한 통화가치란 점입니다. 통사적으로 보면, 못 믿을 시스템이 또 하나 있어요. 금입니다. 금을 왜 믿죠? 남들이 믿으니까 믿는 거예요. 좀 더 상세한 논증은 따로 해야겠어요. 요 주제도 아주 재미나요.

아무튼 사토시는 중앙정부의 권위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수학적으로 믿을만한 새로운 세계 통화를 원했습니다. 매우 급진적이죠. 하지만 수학적 합리성과 대중의 민주성을 담보하며 작업했기에 일반적인 급진주의자와는 궤적이 다릅니다. 저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대두한 정보좌파(copyleft)의 전통을 유지했다고 봐요.

반면 이렇게 정부를 못 믿고 중앙통제를 거부하는 철학은 여러 가지의 비효율을 낳습니다. 이 부분은 계속 이야기할 거예요. 블록체인 생태계의 이해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니까요. 사실, 그전에도 수차례 가상화폐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성공한 건 없죠. 그런데 비트코인은 왜 성공했을까요?  


중앙 서버를 없애라

어느 정부(라고 하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겠죠)의 손을 타지 않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려면, 선결요건은 중앙 서버를 없애는 거예요.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서 가치를 조종하거나, 정부의 눈밖에 나서 서버를 털리고 운영자가 잡혀가는 상황을 근원적으로 막고자 했어요.

두레라는 가상의 안전한 암호화폐를 만들었다 쳐요. 이 화폐가 거래되면 중앙 서버가 A에서 B에게 3 두레를 줬다고 기록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이 두레는 서버 운영자가 마음대로 발행하면 가치가 폭락할 수 있죠. 심지어 거래를 되돌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분산형 컴퓨팅이 해결책으로 떠올랐어요. 거래는 P2P 방식을 응용했어요. 잘 아는 토렌트 기술 같은 거죠. 그래도 모든 거래의 무결성을 보장하려면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해집니다. 또한 중앙 서버만 없을 뿐 거래의 기록과 보존, 해킹 방지라는 시스템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인프라는 무정부주의자의 화폐에 필수입니다.


땅을 파봤자 돈 나오냐? 숫자를 파면 나온다

그래서 나온 게 채굴(mining) 시스템입니다. 채굴자(miner)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와요. 채굴에 쓰이는 그래픽용 GPU 가격은 비트코인 가격에 따라 요동을 치고요. 그래서 채굴자들을 4차 산업시대의 1차 산업 광부쯤 여기는 분위기도 있지요.

하지만 채굴 시스템은 비트코인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한 비밀이기도 해요. 우선 채굴자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를 기록합니다. 전 세계 모든 거래를 하나의 블록에 담아요. 그리고 그 블록 정보는 전 세계 모든 채굴자들이 동기화해서 복사해 둡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모든 기록을 모든 노드가 다 담고 있어요. 어느 노드 하나가 해킹되고 망가지거나 조작되어도 다른 노드는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잘못된 정보는 즉각 수정이 됩니다.

대신 채굴자들이 자기 컴퓨터로 열 내며 고생하는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비트코인을 줍니다. 즉 채굴자는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비트코인 시스템을 기록하고 유지한 공이 있어요.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라는 보수를 받는 거예요. 그래서 비트코인의 거래비용은 매우 싸다고 느껴지는 게 중앙 서버의 유지 관리에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지, 전체 TCO는 중앙 서버 방식에 비해 결코 싸지 않아요. 오히려 비효율이 많습니다.

그 비효율성을 개선하고자 노력을 엄청하는 중이에요. 좁게는 이번 8월 1일 비트코인 내전(civil war)이 생긴 원인이고, 크게는 이더리움이나 리플 등 수많은 알트코인(대안 암호화폐)이지요. 즉, 블록체인은 매우 진보적이고 수학적으로 완벽한 작품이지만, 반면 사토시 나카모토의 불신에서 잉태한 많은 비효율이 내재된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진화적으로 개선되어 가는 중이고요.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

채굴자들의 보상이라는 동기부여로 분산형 경제를 작동할 컴퓨팅 파워는 얻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있어요. 실생활에서 사용하고자 하면 P2P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인접 노드의 정보를 내 블록에 담아야 하는데, B라는 노드에서 준 정보가 진실인지 어떻게 믿죠? B, C가 알려주는 정보와 C, D, E가 주는 정보가 다른데 어떤 걸 믿어야 하나요? 아니면 네트워크가 느려서 정보 전달이 지연되어 버렸어요. 일시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있을 수 있어요.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A는 1 비트코인을 B에게 줬다고 하고, 또 C에게 줄 수 있어요. 이중 지출(double spent) 문제라고 P2P 가치 전달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이슈지요. 정보는 복사해도 좋은데, 경제적 가치는 보존되고 이전되어야지, 복사되면 나라 망하잖아요.

이 문제를 학계에서는 비잔틴 장군 문제라고 합니다. 자기 부대를 가진 수십 명의 장군이 있고, 어떤 성을 공격하러 몰려왔어요. 적은 강해서 모두가 합심하지 않으면 각개격파 당해요. 살 떨리죠. 그런데 비잔틴 장군들은 배신을 잘 한다는 게 또 다른 걱정이에요. 자, 방금 옆 부대에서 파발로 공격 의향과 시점을 알려왔어요. 그런데 이 장군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대다수가 참여 안 하는데 나만 공격하면 x돼는 거죠. 대부분 공격은 하는데 공격 시간을 일부러 또는 실수로 잘못 알려주면 또 나만 x돼요.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사토시 나카모토 논문의 핵심이 바로 이 비잔틴 문제의 해결입니다. 즉, 수학적으로 엄청 방대한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냥 개노가다로 양이 많은) 문제를 풉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까지 수학적으로 예측해 놓았고요. 여기서 이 문제를 푼 노드는 상당한 컴퓨팅 파워를 소모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증명합니다. 배신자는 고생을 사서 하지는 않죠.

그리고 다수가 동의하는 (비잔틴 장군들이 대부분 공격에 참여한다는) 거래라는 확인은 이전 거래 기록을 담은 블록에 새 블록을 이어 붙이고 그 해시 암호 자체를 물고 들어가게 만들어 해결합니다. 즉 가장 많은 컴퓨팅 파워를 소모했고 그로 진정성을 입증한 노드의 블록을 옆의 노드들이 다 확인해서 블록에 이어 붙이고, 다시 새로운 거래들을 이 블록에 또 이어 붙이는 겁니다. 요 이어 붙이는 과정은 해시 암호를 블록 자체에 넣기 때문에 10번째쯤 전에 있는 블록 정보를 바꾸면 뒤에 붙은 블록의 해시코드가 다 달라져서 블록 조작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블록을 이어 붙이기 때문에 블록의 사슬, 블록체인이라고 부르는 거죠.


두더지 잡기보다 어려운 블록, 그리고 지나치게 강건한 사슬

이 경우 장점이 뭘까요? 해킹이 어려워요. 한 컴퓨터만 정복하면 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컴퓨터를 이겨야 해서 그래요. 비트코인은 10분 만에 새 정보가 업데이트돼요. 따라서 10분 안에 전 세계 수십만 노드의 51%를 동시에 점거하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써넣어야 해킹이 돼요. 그래서 블록체인이 보안이 강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뿐만 아니죠. 과거 기록 변경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요. 새 블록을 내가  대다수가 인정한 블록 위에 암호로 붙여버리기 때문에 이전 블록의 정보를 그 누구도 고칠 수가 없어요. 새 블록 하나가 생성되는 시간이 10분 걸리는데, 몇십 분만 거슬러 올라가도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서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지죠. 하나도 어렵다 했잖아요.

이를 비유해서 10분마다 누적되는 퇴적층이라고 합니다. 표면층조차 해킹으로 조작하기가 어려운데, 땅을 파서 조작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이는 사토시 죽고 100년 200년이 지나서 해킹 기술이 아무리 발전할지라도 건전하지 않은 조작이 생기지 않도록 민주적 구조로 수학적인 대못을 박아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잃어버린 건 뭔가요? 미친듯한 비효율이죠. 중앙 서버 방식이라면 하나의 정본 데이터베이스와 몇 개의 사본이면 족할 내용을 전 세계 30만 개 정도의 노드가 다 복사해 두다니 얼마나 낭비가 심한가요. 그 범위도 엄청나서 정본 기록의 경우 창세기 블록(genesisblock)부터 오늘날까지의 모든 기록을 다 가지고 있어요. 사슬구조라서 이론적으로는 모든 기록이 다 필요해요. 라이트 지갑 등은 실용적 편법일 뿐이고요. 게다가 모든 거래가 생길 때마다 블록을 만드는 노드들에 복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느릴까요. 실제로 비트코인 거래는 이론상 1초에 7개, 실제로는 3~4개 속도로 처리 가능하다고 합니다. 금융거래는 상황따라 다르지만 초당 수천 개 정도 처리를 해야죠. 그래서 8월 1일 내전이 난 겁니다.   


통화를 창조하다가 의외의 결과를 얻다

이렇게, 비트코인은 그간 불가능했던 새로운 역사를 열었습니다. 중앙 서버 없이 이중지출 문제를 해결했을뿐더러 그 누구도 독재적으로 거래 기록을 변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요?

비트코인 시스템으로 인해 가치의 전달이 가능해진 겁니다. 인터넷 시대가 와서 세상이 완전 바뀌었지요. 아톰의 시대에서 비트로 넘어오면서 정보를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어서였습니다. 전자상거래가 생기고, 검색이 가능해지고, 텍스트와 오디오 비디오로 다양한 미디어 소비가 가능해졌죠. 하지만 통화는 실물이고 아톰의 영역이었습니다. 이제는 경제적 가치를 비트에 실어 나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게 바로 블록체인이 바꾸는 세상의 출발점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 기술로 막혀있던 부분에서 한발 더 전진이 가능해졌어요. 비트코인이 그 가능성을 증명을 해낸 셈이지요.


다만 비트코인 자체는 의심쟁이가 만든 지나치게 단단한 통화 시스템입니다. 이게 통화 부분과 기술 부분이 갈라지면서 제대로 파문을 일으켜요. 그 기술부분이 블록체인입니다.  통화에 집중해서 경제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블록체인을 떼어놓고 나니 인터넷이 일으킨 혁신만큼 많은 혁신이 가능해져 버렸어요. 아직 갈길이 멀지만 가능성은 무궁합니다. 앞 글 사례에서 본 것처럼요. 저는 이 블록체인 부분에만 주목하면서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과 변화가능한 세상에 대한 글들을 써나 갈 예정이고요.


글이 길죠? 아무리 쉽게 쓰려해도 이 이상은 안되네요. 어려운지 쉬운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참조해서 쓸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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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입니다. 비즈니스와 생활 속 블록체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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