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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Oct 01. 2023

자기계발은 가장 성공한 OO 마케팅

구글에 자기계발을 검색했더니 수많은 이미지가 나온다. 금방 성공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진다. 허투로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항상 불안하다. 내 이야기다. 


끝나지 않는(을) 자기 계발 열풍

항상 그랬지만 자기 계발 열풍은 날이 갈수록 더한 것 같다. 기회는 줄어들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는 사회다.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1999년 6월 1일이었다. 자퇴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수능시험 만을 목적으로 학교를 다니는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런 시험공부라면 그냥 혼자서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 TIMI지만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별로 관심도 없었다.


그 이후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때 나는 지금 정도가 되면 우리 학교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성 중심의 교육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긍정적으로 미래를 봤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학생들의 노력과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그때를 능가하는 것 같다. 여전히 명문대에 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니 나 때보다 더 심해진것 같다.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직 공부만이 정답이다. 게다가 공부 외에 할 게 더 많아졌다. 세상은 디지털, 모바일 시대데, 교육은 여전히 20세기 초, 국가주의 시대에 머물러있다.


문제는 그 대학교를 졸업할 때다.


나도 졸업할 때의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한 나조차도 졸업할 때는 대기업을 1순위로 했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또 무엇보다 주변의 평판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1순위였다. 그렇게 삼성전자에 지원했고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1개월 후에 이노션에 지원했고 역시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최종 6명까지 갔다. 3명이 붙고 3명은 떨어졌다. 난 떨어졌다. 충격은 원자폭탄급이었다. 펑펑 울었다. 그 때 나의 절망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한 2주정도는 내가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 다음 해에 오히려 가장 어려울 것 같아서 지원하지 않았던 제일기획에 합격했다.


내가 제일기획에 들어갔던 것은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서였다. 1년에 20명 내외를 뽑는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식 시험이었다. 솔직히 그날의 운도 많이 필요했다. 나는 그 20명에 들어갔고, 나는 이제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때는 20명이 너무 적었다. 우리나라에서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 1년에 단 20명만 뽑는다. 그것도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얼마나 경쟁이 심하겠는가. 다행히 그다음 해는 그 수가 많이 늘었다. 1년에 한 번만 했던 공채시험을 2번으로 한 번에 약 50명씩 늘렸던 것 같다.


공채의 종말

그런데 이런 공채도 사라진다고 한다. 이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기분은 어떨까. 공채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물론 공채의 문제점도 많다. 하지만 최소한 도전해볼 기회는 된다. 마치 사법고시와 같다. 물론 사법고시의 병폐도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로스쿨로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왠만한 집안 백이 없으면 쉽지 않다. 당연히 엘리트 기득권을 위한 관문이 될 것이다. 전자책이 도래한다고 종이책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렇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제는 도전의 기회조차 이제 소수에 한정되게 될 것이다.


나는 대기업이 좋다, 대기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조차도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곳을 대리도 달기 전에 내 발로 나왔다. 딱 3년을 일 하고 말이다. 힘들어서가 아니다. 나는 제일기획에서 일 하는것도 야근하는것도 모두 즐거웠다. 동료도 좋았고, 선후배들도 모두 좋았다. 하지만 나는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물론 열에 아홉은 반대했던 일이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삶을 포기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진짜 나를 찾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두려움은 있었다. 아쉬워하는 부모님들을 뵐때는 그런 마음이 더 컸었다. 하지만 어쨌든 내 인생이다. 결정은 나의 몫이다.


문제는 지금, 곧 사회로 나올 학생들이다. 그들의 두려움은 나 때에 비해서 훨씬 클 것이다. 또한 결정의 폭이 더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의 발전이다. 이런 미디어의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우선 이런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은 환영할 만하다. 더 다양한 자신만의 재능으로 성공할 수 있는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꼭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런 환영도 받지 못하고, 숨겨야 했던 재능까지 말이다. 이런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점도 있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미디어의 힘은 더욱 커진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박탈감, 나아가 두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나조차도 그런 질투 같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나이 마흔이 돼서도 이런데 이제 막 20-30대를 지나는 분들은 어떻겠는가?



잔인하지만 가장 효과가 큰 마케팅, 공포 마케팅

마케팅 전략 중에서 가장 잔인하지만 효과가 큰 마케팅이 있다. 바로 공포 마케팅이다. 요 2-3년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부동산 열풍도 공포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부동산 재벌들과 건설사, 그들과 공생하는 언론사들이 벌인 공포마케팅이다. 우리는 그 마케팅에 휩쓸릴 수 밖에 없었다.


자기계발도 공포마케팅의 일환이 아닐까.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나만 뒤쳐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이용한다. 그리고 그 자기 계발 열풍의 중심에는 결국 ‘돈'이 있다. 문명이 탄생한 이후로 돈에 대한 관심이 없던 적은 없지만, 지금만큼 오직 ‘돈’에 대한 관심이 큰 적도 없는 것 같다. 모든 이야기는 항상 돈으로 귀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기 계발의 열풍으로 이어진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문책을, 문학책을 읽어도 자기 계발과는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건전한 자기계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자신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갖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나도 자기 계발 마니아다.

난 자기 계발 마니아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블록 플래너나 다양한 블록 제품도 모두 ‘자기계발’ 의 범주에 있다. 내 꿈은 자기계발의 범주를 깨고 자기발견이라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갈 길이 멀고, 부족하다.


나는 자기 계발을 좋아하기도 하면서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여느 사람 못지않게 많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다. 그중에는 정말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자기 계발서는 쉽다. 쉽게 읽힌다. 부담 없이 서점 바닥에 앉아서 1시간 내로 대부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책을 읽는 습관이 어려운 책을 멀리하게 하는 데 있다. 어려운 책을 골라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 이후 독해력과 이해력이 하락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점을 키우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스티브 잡스 조차도 자기 자녀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자기 계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계발은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자기 계발 열풍에 휩쓸 려서는 안 된다. 자기 계발이 그렇게 열풍이고, 여전히 베스트셀러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읽고 공부한 사람은 수백만 명인데, 그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지 않은가. 당연하다. 자기 계발서는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무엇보다 그런 성공 방식을 쓴 사람, 그 사람의 방법인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생각도 없이 걸치면 어울릴 일이 있을까?


사실 우리 모두 자기 계발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방법이 맞는지 불안하고, 남들이 성공한 방법이 궁금하고, 무엇보다 빠르게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자기 계발에 열광한다. 지름길을 찾고 싶어 한다. 그리고 수많은 정보의 통로에서 그런 지름길이 있다고 속삭인다. 분명히 그렇게 성공한 분들의 방법, 노하우는 큰 선물이다. 당연히 우리가 그것을 읽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정말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을 돌아보면 이런 자기 계발서의 끝발은 얼마가지 못했다. 아침형 인간을 읽고는 4시간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겠다고 시도하길 이틀하고 포기했다. 물론 조금 극단적이긴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다닐때도, 또 나름 이름있는 스타트업을 다닐때도, 나는 자기 계발이 가장 중요해! 남들보다 뒤쳐지면 안돼! 나도 성공한 방법을 배워서 성공해야해! 라는 강박관념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그런 자기 계발서를 읽고, 하면 뿌듯했다. 물론 며칠 가지 않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회사생활 10여년을 마치고, 백수가 된 이후, 수많은 고뇌와 번민으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발적 백수라고 하지만, 두려움이 매일매일 나를 갉아먹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은 내 인생에서 어쩌면 처음으로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진심으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기 계발이 아니다. 자기 발견이다.

3년째 백수지만, - 물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고, 회사 다닐때 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란 고민을 계속 하기 때문에 백수라고 하겠다. - 이제야 깨달았다. 자기 계발 이전에 자기 발견이 먼저라는 것을,


'나'를 모르고,
'남'의 성공 방정식만 따른다면,
백전백패인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백전백패인 전투를 너무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게 아닐까?


백수생활 3년차때 이런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여전히 나는 흔들린다. 나를 발견하는것이 무엇일까. 나를 찾는 것이 무엇일까. 의미는 있을까. 그냥 돈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고, 커리어를 쌓고, 자기 계발서을 보고 따라하면서 성공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하지만 분명한것은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이는 어떤 자기 계발서도 궁극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남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인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름 40년이란 인생을 살면서 나는 '나'에 대해서 이런 짧은 고민 조차 제대로 한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고, 나를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재미를 찾으면서, '진짜 나를 발견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갈길이 멀다. 그래도 내 짧은 생각과 고민이 단 한분께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면서 계속 나눠 볼 생각이다.


그래서, 

거꾸로 자기계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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