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잔 낮잠 하나 열 꿀잠 안 부럽다.
아내가 지어준 내 별명이 있다. ‘유아인' 이다. 멋진 유아인씨를 닮아서가 아니다. ‘유아’ 아이들처럼 무조건 낮잠을 자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결혼 전에 데이트를 할때도 점심을 먹고는 카페 같은데 가서는 10분이라도 엎드려서 잤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점심 먹고는 같이 낮잠을 잔다. 내 낮잠이 전염됐다고나 할까.
낮잠을 자는 습관은 제일기획을 다닐때 생겼다. 제일기획은 점심시간이 2시간 이었다. 11:30 - 13:30까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을 크런치(Creative + Lunch)타임이라고 불렀다. 물론 야근, 철야를 밥먹듯이 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 두시간의 점심시간이 주는 행복이 컸다.
점심을 먹고 이태원 곳곳 카페나 장소를 돌아니고, 때론 남산도 오르곤 했다. 어느날 낮잠에 대한 글을 읽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웹사이트에서 찾은 글이었다. 낮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글이었다. 그 전에는 점심때 졸리면 세수를 하고, 밖을 돌아다니면서 잠을 쫓으려고만 했다. 낮잠은 뭔가 게으르고 하면 안되는 나쁜 존재로 여겼다.
그런데 그 글을 읽고서 생각이 바꼈다. 그 이후로는 낮잠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낮잠 신봉자가 됐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잘잔 낮잠은 열 잠 부럽지 않다.
최근에 2년은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서 일을 한다. 정확하게는 혼자서 BLOCK을 만든다. 혼자서 책을 쓴다. 점심까지는 보통 집에서 작업을 한다. 점심 후에는 근처 카페로 나가서 작업한다.
여기서 문제는?
점심 전까지는 집에서 있는다는 것이다.
내 점심 루틴은 다음과 같다.
‘점심 + 낮잠 + 산책(댕댕이들) + 카페로 이동’
그런데 집에서 낮잠을 자다보니 엉뚱하게 낮잠이 아니라 꿀잠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낮잠의 최대 시간은 30분이다. 나는 보통 15-20분정도를 잔다. 그런데 30분이상 자면서 정말 잠에 빠지게 되면 꿀과 같은 낮잠이 독이 되버린다.
회사에서 낮잠을 자면 책상에 엎드리거나, 의자에 누워 고개를 뒤로 젖힌 자세로 있기 때문에 30분 이상 잠에 빠지기 어렵다. 그런데 집에서는 침대에 눞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눞거나, 회사처럼 책상에 엎드린다. 그렇게 하면 깊게 빠지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편하게 침대에서 낮잠을 잔다. 하지만 15분 정도면 개운하게 일어난다. 사실 (낮)잠이라고 하기보다는 명상,호흡훈련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필수품이 있다.
이 폼롤러를 겨드랑이 아래에 둔다. 그렇게 잠자는 자세로 반 눞는다. 겨드랑이에 자극이 간다. 피곤할때는 약간 아프다. 그런데 왜 겨드랑이에 둘까. 겨드랑이는 우리 몸에서 림프절이 가장 많이 밀집된 곳이다. 또 한곳은 목 아래에 두개의 뼈 사이다. (명칭이 생각이 나질 않네요.. ㅜㅜ)
혈관이 우리 몸속의 고속도로라고 한다면, 림프절은 지방국도와 같다. 혈관을 통해서 심장에서 보내는 혈액이 우리 온몸을 돌면서 우리에게 활력을 주고, 생명을 뛰게 한다. 이때 혈액이 흐르면서 찌꺼기나 안 좋은 것들을 걸러낸다. 이 찌꺼기들은 혈액에서 걸러져서 림프절을 통해서 빠지게 된다.
그래서 겨드랑이를 우리 몸의 ‘하수처리장'이라고 한다고 한다. 이곳을 자극하면 하수처리를 더 빠르고 잘 하게 된다. 그러면서 면역력이 좋아진다. 면역력을 강화하려면 겨드랑이를 자극하라는 내용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혈관을 상수도, 림프절을 하수도라고 해도 되겠다.
최근에 낮잠을 잘때는 그래서 폼롤러로 겨드랑이를 자극하면, 림프절을 자극하면서 활력이 생긴다. 또한 당연히 자극이 있고, 약간은 불편한 자세이기 때문에 깊게 잠들지 않는다. 정말 1석2조 아닌가. 한번 해보면 얼마나 개운한지 알 것이다.
calm 앱은 명상 어플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기업가치만 1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calm은 대부분이 유료라서 제대로 쓰려면 당연히 구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무료로 내가 가장 잘 활용하는 기능이 있다. 바로 호흡 훈련이다. 20분을 맞추고 Play 버튼을 클릭한다. 잔잔한 새소리 물소리를 배경으로 호흡을 삼키고, 밷는 기간을 알려주는 효과음이 반복된다. 이 음을 따라서 호흡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머리와 마음이 잔잔해진다. 잠에 들지는 않지만 잠에 드는 것 같은 기분까지 더해진다.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다. 무엇보다 햇빛을 차단해야 한다. 낮잠을 잔다고 눈을 감았는데도 환한 햇빛이 느껴진다면 낮잠 효과는 감소한다. 차라리 그냥 나가서 걷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대는 어딜가든 나의 필수품이다.
이렇게 낮잠을 15-20분정도 잔다. 이때 스마트폰으로 딴짓을 하면 안된다. 낮잠이 망할때 꼭 나도 유튜브를 잠깐 본다고 했다가 1시간동안 누운채로 보거나 한다. 그래서 바로 calm 앱만 실행하고 폰을 치워둔다.
음악이 멈추면 일어나서 찬물로 세수를 한다. 정신이 맑아지고 다시 아침을 맞는것 같다.
물론 나는 혼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일반화 시키기는 어려울 것 이다. 그런데 내 낮잠 습관은 회사 생활을 할 때도 그대로 였다. 아니면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낮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는 책상에 엎드려서 calm 앱을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잔다. 물론 잔다기 보다는 생각을 정리한다에 가깝다. 그런데 10분이라도 이렇게 하면 정말 머리가 맑아진다. 내 뇌가 이 순간은 쉬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잘 잔 낮잠 하나,
열 꿀잠 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