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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Jan 04. 2020

05. 아내의 생각

아내의 느낌, 본인의 생각을 적어본다.

상해 지하철의 모습이 드문드문 꿈에 나온다. 


나는 공황장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고. 간단하게 김구라가 앓았던 병. 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 정도로 치부했다.  또 공황발작 -발작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이란 거품을 물거나 눈이 뒤집히거나 기절하거나.  뭐 그렇게 드라마틱하게만 상상했었으니까. 


내가 겪은게 공황발작인줄도 몰랐고.  

왜 그렇게 두려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심하게 인지한것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상해의 지하철 소음은 유독 컸고. 갇힌 공간 안에서 (내 의지대로 나올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지하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미쳐버릴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왜 이러지?  

무슨일이지? 


심장이 쿵쿵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어지럽고. 손이 떨렸다.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마치 뱀이 가득한 상자 안에 갇혀있는 듯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뒤엉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도망쳐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단 2분 동안.  

일생에서 느끼는 모든 두려운 감정을 한꺼번에 경험 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호텔 방 안에서도, 

삐—— 하는 이명 같은 소리에도, 

사람 많은 거리에서도, 

집 안에서,  

비오는 날, 

샤워를 하다가,  

잠을 자다가 깨는 순간에까지,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처음에 나는 미치는 병에 걸린 줄 알았다. 

공황발작이 올 때 제일 큰 증상이 내가 나를 제어 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의사선생님을 만나자 마자 한 이야기가 

“미칠것 같아서 무서워요.” 였다. 


지하철만 안 타면. 비행기만 안 타면. 고층 엘리베이터만 안 타면 괜찮을 줄 알았다. 


제일 큰 쇼크는 한국에 돌아와 - 비행기 안에서 먹은 수면제. 우황청심원. 아주머니꼐서 주신 공황발작 약에 취해 - 기절 하듯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솨아아아- 하는 빗소리에 증상이 왔을때였다.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밝다고 자부하는 나인데... 울고 싶었다.  


비행기도 안탔는데 왜 또 이러지? 심하게 예민해 있는채로 오빠와 함께 가까운 병원을 찾아 무작정 걸었다. 증상이 끝나면 안도감에 밝고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 또 증상이오면 혼자 입을 다물고 내가 곧 미치겠구나 두려워했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정신과 약물을 처음 먹어보는터라. 약의 이름을 검색해 부작용을 읽으며 (약을 먹으면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울감이 들 수도 있고. 심하면 자살 충동에 빠진다니.. 약물이 내 생각을 지배할수도 있다는 공포는 공황발작과는 또다른 두려움이었다. 


공황장애에 대한 무지는 이상한 상상과 잘못된 정보들. 

끝도 없는 두려움 속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이건 아니다. 

우선은 공황장애에 대해 바로 아는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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