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훈련생. 조교실로."
오후 작업 도중, 스피커가 G의 호출을 알렸다. 작업장에 정적이 흘렀다. 나사 돌아가는 소리마저 멈춘 순간, 수많은 눈동자가 G에게 꽂혔다.
"저 자식... 불려 가네."
"징계받는 거 아냐? 어제 환풍구 건드렸잖아.“
수근거림 속에 D(교수)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는 작업반장 완장을 만지작거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찌른 것이니 G가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 궁금할 터였다.
G는 말없이 작업복의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E(패션 디자이너)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G는 그녀를 외면했다. 의심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들어와."
안내받은 곳은 조교실이 아니었다. 더 깊숙한 곳, 원장실이었다. 문을 열자 훅 끼쳐오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은은한 클래식 음악. 땀 냄새와 기계 소음이 가득한 작업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어서 오게, G군. 아니, 이호준 씨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원장은 최고급 가죽 소파에 앉아 찻잔을 들고 있었다. 그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지. 차 한 잔 하겠나?"
"용건만 말씀하시죠."
G는 자리에 앉지 않고 꼿꼿이 서서 원장을 노려보았다.
"거참, 성질 급한 친구구만. 눈빛이 아주 좋아. 내가 이래서 자네를 눈여겨봤지."
원장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자네, 어제 환풍구 뜯으려고 했지?"
"......"
"놀라지 마. 여기선 숨소리 하나까지 다 내 귀에 들어오니까. 보통 놈들은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데, 자네는 달라. 야성이 살아있어. 리더의 자질이 있다는 거야."
원장이 서랍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
"자네 같은 인재를 썩히긴 아까워. 제안을 하나 하지. 나의 '개'가 되어라."
"뭐라고요?"
"D를 봐라. 시키는 대로 하니까 얼마나 편하게 지내나. 자네가 D보다 훨씬 유능해. 내 밑에서 훈련생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보안 팀장' 역할을 맡아. 그러면 훈련이 끝나는 즉시 내 회사에 정직원으로 채용해 주지. 연봉? 상상 이상일 거야."
G는 기가 찼다. 자신을 팔아넘긴 D가 받은 대가가 고작 저런 것이었나. 그리고 나에게 똑같은 짓을 하라고?
"당신 눈에는 우리가 사람이 아니라 부속품으로 보이지?"
G가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
"착각하지 마. 나는 당신의 개가 되느니, 차라리 늑대로 죽겠어. 그리고..."
G는 테이블 위 서류 봉투를 집어 들어 반으로 찢어버렸다.
"내 친구들은 내가 지켜. 당신 방식대로는 절대 안 해."
원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여유로웠던 미소가 사라지고 차가운 살기가 감돌았다.
"후회할 텐데.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아."
"내보내 줘."
G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장실을 나갔다. 등 뒤에서 원장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군... 자네가 거절하고 나갔다고 해서, 밖의 친구들이 자네를 믿어줄까?"
G가 작업장으로 돌아왔을 때,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모두가 일손을 놓고 G를 쳐다보고 있었다.
"G군! 원장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
D가 가장 먼저 달려와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불안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 혹시라도 G가 자신보다 더 좋은 조건을 받았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면담이었어요."
G는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으려 했다. 하지만 A(사업가)가 비아냥거렸다.
"면담? 웃기고 있네. 30분이나 있었잖아. 너도 뭐 한자리 꿰찬 거 아냐? 우리 몰래 무슨 거래를 했길래 징계도 안 받고 멀쩡히 돌아왔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G가 소리쳤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이미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장이 자신을 부른 진짜 이유. 회유가 안 된다면,
'저 녀석도 원장과 한통속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심어 고립시키려는 계략이었다.
E마저 고개를 돌리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G는 작업대 위에 놓인 찢어진 부품을 꽉 쥐었다. 날카로운 단면이 손바닥을 찔러 피가 배어 나왔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나를 팔아넘긴 D는 반장이 되어 떵떵거리고, 유혹을 거절하고 의리를 지킨 나는 배신자로 몰린다.
이 빌어먹을 시스템. G의 눈에서 눈물이 아닌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 다들 날 못 믿겠다면... 나 혼자서라도 부숴주지.'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시각, G는 베개 속에 숨겨두었던 날카로운 쇠붙이(작업장에서 몰래 챙긴 조각)를 꺼내 들었다. 이제 평화적인 탈출은 없다. 남은 건 전쟁뿐이다.
[다음 화 예고] G는 독자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한편, D는 G를 견제하기 위해 더욱 악랄하게 훈련생들을 괴롭히기 시작하고, 견디다 못한 F(가장 어린 훈련생)에게서 비극적인 사고가 터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