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책 찢을 거야”라고하며 책을 찢는 아이에게 진정시키려고 준 캐러멜을 선생님 얼굴에 던졌습니다. 친구들이 데려간 교무실에서도 화가 안 풀렸는지 실내화를 천장으로 던졌습니다. 침을 뱉으며 “선생님한테 침 뱉고 싶어” 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집에 와서도 40분정도 울었습니다. 점심 식사하러 가는 중에 “때리면 안돼요” 라고 말하다가 급식지도 선생님을 발로 차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대책회의까지 열리니 부모입장에서 난처한 상황이고, 교사와 반 친구들도 항상 긴장 중입니다. 사춘기 때문일까요? 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 지도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내담자: 부모 / 거주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상담아동: 남자, 15세, 중학교 2학년 재학중 / 2016.09.20)
[1]이해의 문제
“무엇 때문일까?”
자폐아동을 가진 부모는 때로 자녀가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할 때마다 몹시 초조해집니다. 특히, 어느 날 예기치 못한 폭력 행동을 했을 때 부모의 불안과 초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폭력행동이 나타나는 순간 한 번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자녀의 폭력 행동에 부모는 초조한 마음으로 날마다 전쟁을 하듯이 아이를 돌보아야 합니다. 부모로서 원인을 찾아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답을 찾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교육전문가들은 아동의 문제행동을 “장애”의 관점에서 들먹거리지만, 행동의 본질적인 “원인”에 관해서는 회피합니다.
자폐아동 뿐만 아니라, 사실은 일반아동의 문제행동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아동들은 부모와 좌충우돌하면서 겨우 말을 듣습니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예기치 못한 행동을 저지를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는 야단을 치며 훈계합니다. 때로 달래고 설득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보다 부모의 지도에 따라 순종하고 잘 따르는 아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말을 알아듣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면서도 지시에 따르지 않습니다. 결국 “말을 듣지 않는 아이”로 폄하되고 “누굴 닮았느냐?”로 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2]자폐아동에 관한 인식의 문제
문제행동 그 중에 폭력행동이 자폐증 장애가 원인이 되는 것일까요. 많은 부모나 교육전문가들은 장애아동의 문제행동을 말할 때 장애의 특성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행동은 일반아동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장애의 증상적 특징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자폐아동의 폭력행동을 “장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은 오류입니다. 장애이기 때문에 문제행동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장애아동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장애아동은 “장애”가 본질이 아니라 “아동”이 본질입니다. 장애아동들도 감정을 느끼고 생활세계에 호기심을 갖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교감을 가지려고 하고 자신의 느낌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자폐아동의 경우는 “눈치가 빠른 아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많은 것을 아는 아이”이라는 것쯤은 부모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생각은 뻔 한 아이”인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장애아동들은 자신의 생활세계를 인식하며 그 안에서 세계를 탐색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와 전문가들이 “장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3]장애아동 환경과 사회화
자폐아동을 “아동”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아동의 경우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되면 모든 환경이 새롭고 낯선 친구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동은 자연스럽게 학교라는 새로운 생활과 사회조직에 홀로 던져지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래 아동 간에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때 힘의 논리로 부딪히고 경쟁하면서 서열이 정해집니다. 그래서 학기 초반에는 다툼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아동은 학교 집단에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처해져 있는지 그리고 다른 또래 친구와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갖게 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동의 생활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평형화”라고 합니다.¹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평형화를 통해서 아동의 사고도 도약을 합니다.²
문제는 자폐아동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폐아동의 경우는 “보호”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사회적 체험이 박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자폐아동에게 주어지는 환경이란 오직 “보호대상”으로서 “도움을 주는 대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 쯤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장애”와 “능력”으로 평가했을 뿐, “아동”으로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들에게도 “생활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들 자폐아동들도 일반아동들처럼 또래 아동과 교감하고 상호 관계지음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힘”과 “갈등”을 경험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환경입니다. 장애아동은 “보호대상자”가 아니라 “교육대상자”입니다 자폐아동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장애아동에게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묵시적 “차별”이며 장애아동 지신이 체험해야 할 교육 환경이 박탈되었습니다.
[4]사회화의 박탈과 문제행동
사회화의 체험을 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행동과 정서문제는 심각합니다.
친구의 대상이 누구라는 것을 체험하지 못한 아이, 친구와 갈등을 통해서 관계를 지각하지 못한 아이, 또래 집단의 규칙과 규범을 체험하지 못한 아이, 또래 상호 관계를 통해 친구로부터 배려와 애정을 받을 기회가 없는 아이는 사회화가 박탈된 것입니다. 사회화를 체험하지 못한 아동은 집단의 분위기와 요구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동자신이 무규칙과 무규범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사회화의 박탈은 학교 이전에 가정에서 가장 먼저 일어납니다. 가정에서의 생활규칙과 규범을 알지 못하고 지킬 줄 모르는 것이 장애 때문이 아닙니다. 사회화의 체험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가련한 아이” 혹은 “돌봄의 대상”으로 인식했으며 그에 따라 조건 없는 “서비스”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정에서부터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상담아동은 행동과 정서가 불일치하게 된 것입니다. 즉, 어떤 마음으로 행동이 연합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성장과정에서 갈등과 타협 그리고 반성과 같은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자녀는 자신 주변의 모든 환경이 자신을 보호하는 조건들이라고 인식되었을 뿐입니다. 즉, 배려와 보호의 양육이 아동을 자신의 사회적 환경을 왜곡해서 해석하는 것입니다. 자녀는 해석의 오류와 갈등을 경험하면서 정서는 매우 불안하게 됩니다. 이때 아동이 경험하는 집단에서 행동과 정서가 불일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을 보면서 “책 찢을 거야”를 반복해서 책을 찢는 것, 선생님이 준 캐러멜을 선생님 얼굴에 던지는 것, 침을 뱉으며 “선생님한테 침 뱉고 싶어”, “선생님 때리고 싶어” 등의 행동을 합니다. 이것은 사회화 과정에서 “평형화”가 형성되지 않는 상태이며 그 결과 행동과 정서가 불일치된 것입니다.
[5]지도 방법
자녀에게 세상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올바른 행동”, “올바른 정서”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일반아동과 같이 자폐아동에게도 경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일단, 자녀가 나이가 들게 되면 행동을 지도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지금의 자녀의 폭력행동은 설득이나 타협으로 행동을 지도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약간의 갈등이 있더라도 다음과 같이 지도해야 합니다.
>> 문제를 일으킬 경우, 즉시 제압합니다.
상대와 집단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침을 뱉는 것, 손으로 교사와 친구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할 경우, 즉시 손을 잡고 다른 방으로 가서 바닥에 눕혀 등을 누릅니다. 아동이 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할 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도록 2-3분 동안 힘껏 누릅니다. 등을 누르는 것은 힘겨루기이며 힘겨루기에서 아동은 심리적으로 순종하게 됩니다. 아동이 얌전히 있을 때 일으켜 세우고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이때 훈계를 하거나 다른 말로 설득하지 않습니다.
>>학교규칙과 가정생활 규칙을 엄격히 지키도록 합니다.
학교에서는 규칙과 규범을 통해 집단을 알게 합니다. 교사는 아동이 교사의 말을 잘 듣도록 설득하지 않습니다.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교사의 교육의지를 보여줍니다. 방과 후에 아동을 안아주고 칭찬을 해줍니다.
가정에서는 규칙과 규범을 통해 부모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합니다. 보호대상이 아니라, 교육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설득을 하지 않습니다. 시키면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잠을 잘 때 안아주고 칭찬을 해줍니다.
지도하기 이전에 깊이 생각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사춘기에 이르렀을 때는 아동기에 형성되어야 할 부분을 지도하기엔 이미 때는 너무 늦습니다. 부모는 무엇이 미래에 자녀가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할 것인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보호와 배려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규칙과 규범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자녀가 사회화 되는 지름길입니다.
¹Piaget, J. (1970). Science of Education and the Psychology of the Child. Trans. Derik Coltman. New York: Orion Press.
²Chapman, M. (1988). Constructive evolution: Origins and development of Piaget’s thought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