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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an 25. 2016

운전은 본능

왕초보 in 오키나와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아침 8시부터 버스를 타고 11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연휴도 아닌데 공항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을 헤치고 일단 짐부터  부치러 갔는데 직원이 오늘 컨디션이 어떠냐고 묻는다. 내 컨디션을 왜 묻지? 하면서도 일단 괜찮다고 대답을 한다. 비상구 좌석을 주려고 하는데 비상시에는 승무원을 도와야한다며 괜찮겠냐고 묻는다. 비상구쪽 자리는 좌석이 넓어서 평소에는 웃돈을 주고 타는 자리라기에 오케이한다. 비상상황은 없으리라~~ㅎㅎ


짐을 부치고 김선생네 가서 김밥과 온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출국수속을 하는데 사람이 많아서인지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에잇! 면세점 둘러볼 시간이 없다... 남자들 틈에 끼어 담배만 두 보루 사서 부랴부랴 게이트로 간다.


2시간 15분의 비행. 그 동안의 여행지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라 견딜만 하다. 그래도 비행기를 타는 건 언제나 두렵다.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한참만에 짐을 찾고 렌트카 직원을 만나 렌트카 사무실로 간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하면서 걱정됐던 한 가지가 바로 운전이다. 일본은 운전석도, 도로도, 깜빡이도, 기어도 심지어 안전벨트까지도... 우리나라랑 정반대다. 다들 처음엔 헷갈려도 금방 적응한다며 걱정말라던 오키나와 운전 후기를 읽으며 용기를 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으니 초긴장 상태가 된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는데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직원이 뛰어오더니 사이드 브레이크를 안내렸단다. 이런 초보같은 실수를...


간신히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출발!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린다고 차렸지만 여지없이 깜빡이 대신 마른 하늘에 와이퍼를 켜는 바보같은 행동을...ㅎㅎ

옆에서 계속 알려줘도 우회전, 좌회전이 헷갈린다. 본능적으로 역주행 코스로 가려는걸 이성으로 억누르며 아메리칸빌리지에 도착했다. 초보 아닌 초보운전에 퇴근시간이라 차까지 막혀서 더 오래 걸렸다. 도착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그래도 아메리칸빌리지의 야경은 이런 생고생을 보상해줄만 했다. 어디에서도 보이는 대관람차. 조명이 켜진 밤이라 더 예쁜 것 같다. 구경이고 뭐고 머리를 너무 썼더니 배가 무지 고프다. 식당에 들어가 치킨커리랑 치즈오븐 돈부리를 시켰다. 비주얼은 봐줄만한데 맛은 영... 아니다. 우리답지않게 음식을 남기고 아까 점 찍어둔 핫도그 가게에 가서 기어코 핫도그를 하나 더 시켜먹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아메리칸빌리지 이곳저곳을 구경하유명하다는 블루씰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자색고구마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기에 시키려는데 고구마가 일본어로 뭔지 몰라 구글번역기에 고구마를 써서 점원에게 보여줬더니 스위트 포테이토? 이런다.  그냥 영어로 했으면 될 것을... ㅎㅎ

이제 숙소로 갈 시간... 또 머리가 아파온다. 고속도로까지 타고 가야해서 더 부담스럽다. 시내를 통과해서 고속도로로 들어섰는데 차도 거의 없는데다 불빛도 거의 없는 암흑세계다. 무슨 고속도로가 시골길처렴 깜깜하다니...ㅠㅠ

무서워~~~

최대 100키로를 넘지 않는 거북이 속도로 운전을 해서 1시간만에 리조트에 도착했다. 주차까지 마치고 이제 됐어! 하는 순간 이번엔 차 트렁크가 안 열린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호텔직원을 불러와야하나... 한참을 헤매다 어찌어찌 트렁크를 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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