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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May 26. 2016

그녀의 유혹

아찔한 향기에 취하다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다.

도도한 자태와 아찔한 향기로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지만, 그 콧대 높은 장미도 5월이 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골목길 담벼락 누추한 곳까지 구석구석 왕림해주신다. 그러고는 상에 꽃은 오직 자기뿐이라는듯 허리춤에 손을 얹고 그 붉은 자태를 좌로 우로 뽐내고 있다.


한밭수목원 장미원이 규모는 작아도 볼만하다는 얘길 듣고 지기전에 꼭 가야겠다 마음 먹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수목원 근처에서 저녁모임이 있어 이때다 싶었다. 칼퇴를 하고 가면 약속시간까지 약 30분의 여유가 생긴다는 계산을 하고  칼같이 퇴근을 하고 수목원으로 출발했다.


예상대로 모임시간 35분전에 수목원에 도착했다. 평일 퇴근 후에 즐기는 수목원 산책이라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동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넝쿨장미가 먼저 나를 반긴다. 빨갛고 고운 손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구 잡아 끌고 있었다.

"흐~읍!"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이상하다. 분명 라일락은 지고 없을텐데 바람에 라일락과 찔레꽃향이 섞인 아찔하고도 황홀한 향기가 실려왔다.

아찔한 향기에 취한 채 걷다보니 동원이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장미터널 양옆으로 장미정원이 펼쳐져있다. 작고 아담한 정원이지만 색색의 장미들은 마치 경연이라도 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그 향기는 좀전에 지나쳐 온 넝쿨장미에는 비할 바가 없을 정도로 깊고 황홀했다.


꽃이 주는 이 설렘과 평온하고도 따뜻한 위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혼자였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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