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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Apr 23. 2016

그대여 길을 터 주오...

아쉬운 벚꽃엔딩...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가리워진 길...


올봄 내내 꽃을 찾아 헤매고 다닌 나.

아름다운 벚꽃엔딩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핀다는 개심사로 향했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매료되어 몇 년전부터 찾기 시작한 보물같은 곳이다. 처음엔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최근엔 너무나 유명해져서 청벚꽃이 피는 4월말이면 관광버스로 북새통을 이룬다.

유홍준 교수님 덕분에 알게된 곳이지만 이젠 너무 유명해져서 살짝 원망스럽기도 하다.


유채꽃이 흐드러진 해미읍성
해미읍성 소나무밭

작년 이맘때쯤 찾았을때도 사람이 너~무 많았어서 오늘은 차가 더 막힐거라 걱정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왕벚꽃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개심 가는 길에 해미읍성을 둘러보고 바지락 칼국수로 이른 점심을 먹은 다음 개심사로 향했다. 온통 초록초록한 목장을 가르며 기분 좋게 개심사로 가는 길목. 근데 아직 점심때밖에 안 됐는데 차들이 엄청나게 나온다.


이상하네? 아침 일찍 간 사람들이 나오는건가? 그럼 이 차들이 나온 만큼 주차할 곳이 있다는거네? 와~ 우리가 타이밍을 잘 맞췄나 보다.


이렇게 마음대로 결론내리고 가고 있는데 개심사에 거의 다 와서 차가 막힌다.

'이상하다. 갓길에 주차한 차들 때문인가?' 하고 일시적인 정체려니 생각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앞차들이 일제히 유턴을 한다.

'거참. 성격 한 번 급하네.' 

근데 경찰 한 분이 내 차로 다가온다. 느낌이 뭔가 안 좋다. 역시 항상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좁은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아서 지금 양방향 모두 꼼짝을 못 하고 있고 개심사 안에도 차가 많아서 더 이상 들어갈 수도 없다면서 차를 돌려서 나가란다. "전 개심사를 가려고 아침부터 준비해서 멀리서 온거라구요! 제 목적지가 여긴데 못 들어간다니 말이 되나요?"하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을 보니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경찰들이 오죽하면 돌아나가라고 하겠나 싶어 어쩔 수없이 차를 돌려 나왔다.

뭐 이런 경우가... 이 억울한 기분은 어쩌란 말인가...


생각할수록 아쉬웠지만 개심사와 멀지 않은 왕벚꽃이 아름다운 또 다른 절 문수사로 향했다. 문수사로 가는 왕벚꽃길. 여기도 작년보다 차가 많다. 불안불안하다. 이러다 또 돌아나와야 되나 싶었지만 그래도 여긴 갈 만하다. 내년엔 이 곳도 안전하지 않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문수사의 왕벚꽃은 여전히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꽃송이가 얼마나 큰지 부케다이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개심사를 못 간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꽃송이 하나하나를 두 눈에 꼭꼭 담아둔다. 아무리 두 눈에 담고 담아도 돌아 나오는 발걸음은 아쉽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 가는 길에 유기방 가옥에 들렀으나 만발했던 수선화는 이미 져버렸고, 간월암은 물때를 못 맞춰 절 안으로 들어가지 못 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하루다.

이 밤, 작년에 찍은 개심사 사진으로라도 아쉬움을 달래봐야겠다.

유기방 가옥 - 민박도 하나보다
이미 져버린 수선화 -여기가 그나마 남아있는 곳
물이 들어오는 중에 바지를 걷고 들어가는 사람들
유채꽃과 어우러진 바다
2015년 5월 1일 개심사 왕벚꽃
2015년 5월 1일 개심사 청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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