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분홍분홍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아침까지 이어져 오늘은 어딜 못 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을 먹고나니 빗방울도 가늘어지고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뭔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마음이 불안하다. 어제 두고 온 연초록 산과 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단 며칠만 지나도 다시 볼 수 없는 것들... 그들을 다시 보려면 꼬박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들썩이게 한다.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하다가 산안리 싸리꽃 마을로 향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온 세상이 맑고 깨끗하다. 꽃잎도 나뭇잎도 HD TV처럼 선명해졌다.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좀 격하게 표현하자면 눈알을 깊은 산속 옹달샘 물에 씻어낸 느낌이랄까? ㅎㅎ
안구정화를 하며 마을에 도착하니 하얀 염소 한 마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으며 날 반긴다.
작고 조용한 마을에 하얀 싸리꽃이 한가득 그리고 연초록 산에 군데 군데 분홍 산벚꽃 잔치.
정말이지 이 마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와~~~ 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쁜 걸 안 왔으면 어쩔뻔했니~
누군가에게는 뭐 별로 볼 게 없네? 하고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나한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
오늘이 지나고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면 또 일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