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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Apr 05. 2022

새 정부에게 바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특허제도 개선방향Ⅴ


[특별기고] 

새 정부에게 바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특허제도 개선방향 (5/5)


4. 법원의 지재권 침해 배상책임 강화 및 입증책임 전환


특허의 신뢰도에 기반한 침해소송의 독립성 강화

특허청의 심사 신뢰도와 특허에 대한 유효성이 담보되면, 일반 법원에서 수행되는 특허침해소송의 절차도 이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전술한대로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를 당한 상대방은 대부분의 경우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침해소송과 별개의 기관에서 무효심판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침해소송의 피고 측 대리인은 무효심결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음을 주장하면서 무효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송절차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실무 경험상 대부분의 재판부는 무효심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1심 판결을 내리지 않도록 심리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다.

[출처 – Investopia (https://www.investopedia.com/terms/p/punitive-damages.asp)]

현재는 특허 무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침해소송 단계에서 소송 진행이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다만, 향후 특허청의 심사품질을 높이고 무효심판의 인용률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면, 특허등록을 결정한 특허청을 신뢰하고 이를 기반으로 등록된 특허권의 효력을 유효하게 인정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원의 침해판결이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분쟁의 핵심이 된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의 심결에 대해서도 양 당사자가 심결취소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심판원 단계부터 특허법원, 대법원을 거칠 경우 최소 3년 이상 특허의 유효성 여부가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 특허권자가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창업기업인 경우에는 빠른 권리 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특허의 안정성을 높인 상황에서는 특허권의 효력이 유효하다는 전제로, 소송 절차는 무효심판의 심결과는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65억7000만원 v. 6000만원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례처럼 대한민국 법원에서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 관련 소송에서 높은 배상금이 부과된 판결은 찾기 어렵다. 특허청의 2020년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액 평균값은 6000만 원 선이다. 이는 평균 65억7000만원으로 집계된 미국의 1%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침해액의 과소 현상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다. 대부분의 경우 가치는 금전으로 산정될 수 있다. 기술이나 특허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기술을 고의로 침해하더라도 특허권자가 보전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손해배상 과정에서 배상금액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특허의 보호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계산적인 기업들은 전략이라는 명목 하에 타사의 특허가 있음에도 침해를 감수하며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출처 – Pixabay.com]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의 현실화를 통한 특허가치의 정상화

새 정부에서 바라는 기술강국과 기술창업활성화는, 결국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 기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은 특허인데, 공신력을 가진 법원에서 침해된 특허의 가치인 손해배상액을 낮게 산정하면 결국 기술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더 나아가 기술이 존중받지 못한다.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위한 출발점은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현실화다.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높아져야 특허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술을 존중하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특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술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창업자들이 기술창업을 주도할 수 있다. 시장의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던 기술이전이나 기술사업화, 특허거래 활성화 등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

이와 같은 꾸준한 요구를 일부 반영하여, 2019년에는 고의침해시에 최대 손해액에 따른 배상액을 3배까지 가중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신설되었다. 2020년에는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대한 침해자의 매출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특허법 제128조가 개정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법개정의 효과는 미비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개선된 손해액 산정 조항이 적용된 사례를 아직은 찾기 어렵다. 새 정부에서는 꾸준히 법원의 특허침해 손해액 산정에 대한 실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출처 – 매일경제 기사(https://www.mk.co.kr/news/it/view/2019/08/622150)]


침해 입증의 어려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무효심판의 공격으로부터 특허권을 지켜내고, 침해당한 특허의 권리를 행사하고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마지막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침해입증에 대한 문제다. 사법제도의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는 주장하는 자가 그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권리자가 침해행위를 발견한 경우, 침해에 대한 증거를 통해 침해자의 침해품이나 침해행위가 자신의 특허권의 청구범위 안에 포함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출처 – 중기이코노미 기사(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24693)]


특허침해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특허권의 청구범위에 포함된 모든 구성요소가 상대방의 침해품이나 침해행위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중심의 특허인 경우에는 침해품을 입수하고 분해하여 특허권의 청구범위에 있는 구성요소와 대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반면, 침해대상이 프로그램이나 방법, 시스템인 경우에는, 침해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수집의 범위가 방대해지거나 침해자의 관리 영역 내에 감춰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장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방법특허에 대한 침해행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공장 내부로 침입해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한 방법이다. 전체 특허권 중에서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소프트웨어나 영업방법,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서버 내부에서 보안상태로 관리되기 때문에 마찬가지 이유로 침해에 대한 입증을 어렵게 만든다.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의 취지

이와 같은 무거운 입증책임은 특허침해자의 권리행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도 한다. 특허권을 가지고 있지만 활용하거나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허권자의 입증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해 입증책임을 분배하거나 입증책임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 2019년에 특허법 개정을 통해서,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 조항(특허법 제126조의2)이 새롭게 추가됐다.


요약하자면,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가 주장하는 침해행위의 구체적 방식을 부인하는 상대방이 자기의 방식이 특허권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2항에는 상대방이 제시를 거부하는 주장을 할 수 있고, 그 주장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제시 의무에서 면제된다. 재판부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관점이 다를 수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2항의 예외규정은 1항의 제시 의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아직 도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한 판례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본 조항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출처 -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bizinfo1357)]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의 한계 극복

실제 실무적으로도 상대방이 이런 저런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거부하면 더 이상 법원이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4항의 강력한 인정의제 효과를 적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가 형해화 되지 않기 위해서는, 1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자기의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를 최대한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2항의 단서 조항에 언급된 "자료의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는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입법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정당한 이유라는 단서 조항을 둔 지금의 구조로는 입증책임을 전환하겠다는 입법 취지 자체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에 응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가 있다면 이는 원고의 공탁과 같은 별도의 보완책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특허권자의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외없이 의무적으로 자신의 방식이나 구조를 재판부에게 공개하는 방향이 타당하다. 소송을 통해 침해 의심을 받은 당사자가 자신의 실시방법을 비공개로 재판부에게 공개하고, 기술심리관이 실사 과정에서 공개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 판단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재판부가 피고의 실시방법의 유사도를 고려하여 특허권 내용과 다르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외하는 등의 적절한 은닉 과정을 통해 특허권자인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과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법 구조 상에서는 피고가 행위태양에 대해 거짓으로 제출하는 경우에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불합리한 구조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큰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고 침해 입증에 대한 활동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더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기술탈취나 모방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입증책임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5. 맺음말


지금까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보호하고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특허 관련 제도 보완 사항 네 가지를 제시했다. 어떤 정부가 국정을 이끌더라도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특히 기술 기반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의 출발점은 앞서 언급한 특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뿐이다.

앞으로 들어올 새 정부는 이제 막 인수위 구성을 마쳤다. 앞으로 60여일간은 새 정부의 틀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시기임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5년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기인만큼 중요한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짜임새 있는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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