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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Apr 04. 2022

새 정부에게 바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특허제도 개선방향Ⅳ


[특별기고] 

새 정부에게 바라는

스타트업을 위한 특허제도 개선방향 (4/5)


3. 기술 기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특허권 신뢰도 확보방안


특허권자의 권리 구제 과정

스타트업이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안전한 상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를 확보한 이후에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침해자가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고, 혹시라도 침해 의심 사례가 확인되면 전문가를 통해 침해 여부를 충분히 사전에 검토하고 적절한 법적인 구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허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권리 구제 방법으로는 특허침해소송을 꼽을 수 있다. 권리자인 특허권자는 침해상대방의 침해 의심 제품이나 서비스, 방법 등의 침해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특허권에 기초하여 침해를 금지하거나 침해물품의 폐기를 요청하는 등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침해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당신이 가지고 있는 특허와 우리의 제품은 이러이러하게 다르므로 침해가 아니라는 논지를 펼치게 된다.


무효의 소급효

특허침해가 성립될 위험에 있는 침해자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어전략은, 권리 주장의 핵심이 되는 등록특허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특허심판원이라는 기관에 특허를 무효처분해야 하는 사유와 근거를 제시하면서 무효심판을 청구하면, 심판원은 이에 대해 판단하여 특허의 유무효를 결정하게 된다. 무효심판에서 무효에 대한 인용심결이 확정되면 무효심결의 소급효과에 의해서 등록특허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된다. 이로 인해, 특허권을 보유했던 권리자는 소급효가 적용되어 권리자의 소제기 시점부터 특허가 없었던 무권리자로 지위가 바뀌게 된다. 특허침해소송은 권원없이 제기된 부당한 절차로 판단되어 원고가 패소하는 형태로 결론이 맺어진다. 이와 같이 무효심판이 인용되면 굳이 침해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지 않더라도 침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침해분쟁에 있어서 침해소송의 피고 대부분은 문제가 된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해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출처 – 중앙일보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10120668)]


특허무효심판의 취지

무효심판 제도를 둔 취지는 특허법 제29조에 규정된 특허요건을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허법 제29조는 특허를 등록받기 위한 핵심적인 특허요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1항은 신규성에 대한 요건으로, 2항은 진보성에 대한 요건으로 해석된다. 특허청 심사관은 이와 같은 특허요건에 따라 특허출원 내용을 심사하고 등록여부를 판단한다.

신규성에 대한 1항을 살펴보면, 국내특허의 신규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공개된 문헌만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외 즉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공개된 문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특허출원의 특허요건을 심사해서 처분을 내려야 하는 심사관이 현실적으로 전세계의 모든 공개된 문헌을 조사하여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 업무를 보조하는 통합 검색 솔루션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특허청 심사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전문조사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짧은 심사과정에서 하나의 특허출원에 대한 특허요건을 심사하는데 있어서 심사오류가 없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출처 - pixabay.com]


심사의 정확성을 완전히 담보하기 어려운 사유가 더 있는데, 진보성에 대한 2항의 내용을 보면 몇 가지 표현들이 눈에 띈다.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용어와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이라는 문구를 보면, 판단하는 심사관의 주관적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통상의 기술자"라는 특허법 상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을 의미하는데, 해당 기술분야의 평균적 기술수준을 가진 자로서, 기술 분야의 기술상식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분야와 관련된 선행문헌 등에 접근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창작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상의 사람으로 묘사된다. 통상의 기술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특정하기 위한 연구논문 등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을 정도로 이론의 여지가 있다.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이라는 표현도 어느 정도가 되어야 쉽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논란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출처 – pixabay.com]


이와 같은 심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완전히 담보하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무효심판제도를 마련하여 사후적으로 부적합한 특허를 무효 처분하고 있다.


심사품질에 대한 우려

특허청은 이러한 특허법 상의 불명확한 부분을 해소하고 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허청에 소속된 천여명의 심사관 개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수의 교육과 세미나, 심사관과 상급자 사이의 특허요건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 융복합기술 분야의 3인 협의심사 등 다양한 보완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매년 심사지침서를 개정하여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맞춰 특허요건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심사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특허청의 심사 품질 강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청 심사관에 의해 등록결정된 특허가 무효심판을 통해 무효 결정을 받게 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한미일 특허 무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13만 4700개의 특허가 등록됐고, 2020년에 총 434건의 특허무효심판이 청구되었고, 이 중에서 185건에 대해 인용심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은 42.6%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24.3%, 미국 25.6% 대비 약 1.8배가량 높은 수치다. 물론,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청구인 측이 얼마나 잘 준비하고 무효될만한 가능성을 잘 판단해서 심판을 청구했는지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 출처 – 전자신문 기사(https://m.etnews.com/20211006000080)]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청 심사관의 판단기준과 특허심판원 또는 특허법원의 판단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잘못 등록된 특허를 사후적으로라도 무효처리해서 특허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할 수 있지만, 특허 무효심판의 인용률이 높다는 자체는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국내 유일한 검증기관인 특허청이 인정한 특허권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더 나아가서 특허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나 무용론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게 특히 위협적인 무효심판 인용률

특히, 기술 중심의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이와 같은 특허의 무효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는 대단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개발한 차별화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 특허권이 50% 가까운 확률로 무효가 되어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전술한대로 혁신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겹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특허가 무효가 되면 다른 특허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몇 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특허를 보유한 모든 스타트업이 심각하게 우려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무효심판 인용률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이는 비단 인식이나 불안감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순환 구조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등록된 특허에 대한 낮은 신뢰도로 인해 투자자나 협력기관들은 스타트업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차별적인 기술을 개발했고 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쉽게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크게 어필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큰 축 중 하나인 벤처캐피탈 등 투자기관들은 투자리스크를 항상 고려하게 된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주요 경쟁력 중 하나인 특허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긴다면, 스타트업 자체의 경쟁력을 보수적으로 낮게 판단하는 등 투자위험을 보완해야 할 특허권이 제 구실을 못하는 불신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창업 생태계 특히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무효심판 인용률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에 대한 보완과 안정적인 기술창업 생태계 구축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특허청 심사단계에서의 심사기준에 대한 눈높이를 특허심판원이나 특허법원과 맞추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특허청 심사관의 절대적인 심사 업무량이 과중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특허 1건당 특허청 심사관의 평균 심사시간은 10.8시간이다. 1개의 특허출원을 심사하고 심사결과에 대한 처분 문서를 완성하는데 10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일본은 17.7시간, 미국은 27.4시간 정도로 국내 특허청 대비해서 높은 편이다. 유럽이나 중국도 2019년 기준, 특허 1건당 각각 35.7시간, 21.3시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다. 특허청 심사관 1인이 처리하는 연간 심사 건수도 차이가 크다. 미국은 심사관 1인당 연간 73건, 일본은 1인당 164건의 심사를 처리하는 반면, 한국은 1인당 206건의 특허를 심사하고 있다.

심사시간을 단축해서 심사결과를 출원인에게 빠르게 제공하는 것도 서비스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특허청의 최종적인 판단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구축하는게 더 중요한 문제다. 특허청 심사관 확충도 필요한 문제고, 외부 전문기관의 조력을 받을 때 심사품질을 잘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해결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국가에서 특정한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는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으로서, 특허청이 출원한 내용에 대해 등록을 부여하면 이에 대한 높은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특허제도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고, 더 나아가서 기술창업에 대한 활성화와 투자활성화 등이 수반될 수 있다.

[출처 – 2022.03.17. 특허청 보도자료 중 일부]

공정하고 심층적인 심사과정을 개선하는 것과 병행해서, 높은 신뢰를 가지는 특허청의 심사과정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등록된 특허권에 대한 유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효심판과 심결취소소송이 개편되어야 한다. 심사과정이 한 층 강화된다면 등록특허의 무효심결 인용률이 낮아지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이에 더해서, 취소신청이나 무효심판에 대한 심판지침을 강화하여, 문헌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까지 무효심결이 인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절차를 명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50% 가까운 인용률을 점진적으로 낮춰서 30% 이하, 더 나아가서 20% 이하의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보다 안정화된 기술기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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