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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Mar 13. 2023

특허발명을 ChatGPT에게 완전히 맡기지 마세요!

2편 – 변리사와 ChatGPT의 진검승부







전편보기 링크


ChatGPT에게 특허란?


지난 칼럼에서 특허를 출원할만한 구체적인 특허 내용을 듣지 못해서 특허출원에 목적이 있음을 명확히 알려주면서 토큰 수를 조금 더 늘려서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아래와 같이, 특허를 염두에 둔 여러 특징적인 단어를 포함시켜서 프롬프트를 입력했다.                    



특허출원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디테일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도입 가능한 기술의 기초적인 정의 정도만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챗봇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고, NLP는 어떤 장점이 있다는 등의 배경기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시한 예시 이외에도 여러가지 테스트를 수행했지만, 변리사 입장에서 특허출원에 활용할만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총평 – ChatGPT는 발명자로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 더 많다


여러 정보를 취합하여 특정 기술분야의 배경기술을 제시하고, 해당 분야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과정까지는 제법 쓸모가 있어 보이지만, 진단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특허법 상의 발명은 목적, 구성 및 효과를 포함하는데, 그 중에서 핵심은 구성이지만, ChatGPT는 목적이나 효과 일부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기술적인 목적으로 ChatGPT를 활용하기에는 아직 완성도가 크게 미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번외 – 특허명세서 작성하기 (변리사 v. ChatGPT)


얼마 전에 어떤 변리사가 커뮤니티에 ChatGPT에게 일을 맡기고 퇴근한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 발명자가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특허명세서 작성 과정에서 Chat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ChatGPT가 기술 분야에서는 서로의 민낯이 드러난 상황이니만큼 굳이 격식을 갖추지 않고 편하게(명령조로) 일을 시켜보았다.                    




청구항의 외형과 구조는 제법 그럴 듯 했다. 사실은 해석하기 전까지는 꽤 놀랐다는 표현이 맞겠다. 미국 변리사들의 BM특허 청구항 작성 방식을 외형적으로 유사하게 모사해냈다. 상거래 고객으로부터 질문 메시지를 수신해서 NLP로 분석해서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관련 정보(지식DB 등)를 조회해서 응답 메시지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발송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NLP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고객 질의 응답 방법에 대한 BM특허 청구항을 만들어냈다. 제시한 프롬프트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독립항인 청구항 1항의 발명의 구체성은 많이 떨어진다. 혹시라도 종속항에는 특허성을 인정받을만한 요소를 만들 수 있을지 추가 작업을 부탁해봤다.    

                          



종속항부터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청구항 2항은 NLP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을 사용한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청구항에 구성보다 목적이나 효과를 더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어서 적합한 기재방식이 아닐 뿐더러, NLP가 머신러닝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허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항은 데이터베이스를 최신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특징으로 잡고 있고, 4항은 문의 고객의 톤이나 긴급성(?)에 기초해서 대응 우선순위를 결정한다는 특징이 있고, 5항은 개인 주문 정보 등을 활용해서 개인화된 응답을 제시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체적으로, 얼핏 보면 그럴듯한 말인 것 같지만, 특허를 등록받을만한 형태의 청구항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8항은 아래와 같이, 청구항 형태로 제시되었지만 발명의 요약(Abstract)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등록받지 않아도 되는 특허를 출원하는 목적이라면 ChatGPT를 활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이나, 제대로 기술을 보호받겠다는 목적으로 특허출원을 준비한다면 ChatGPT를 제대로 활용하게 되기 까지는 아직 요원해보인다.



특허 분야에 있어서 ChatGPT의 태생적인 한계


굳이 이런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더라도 논리적으로 본다면 사실 특허 분야에 있어서는 ChatGPT는 활용되기 어렵다. ChatGPT는 공개된 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약간의 조합을 거쳐서 맥락에 맞는 답변을 하는 형태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특허는 기존에 공개된 내용에 대해서는 특허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특허는 구성요소의 유기적 결합 관계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된 내용들의 조합에 의해서도 특허성이 인정될 수 있다. 


만약, ChatGPT가 기존에 공개된 내용을 학습해서 공개되지 않은 구성요소의 조합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인간 발명자와 같이 특허의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모델의 특성상 구성요소 사이의 연관성이 높은 토큰끼리 문장을 결합시켜서 결과를 제시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결합된 적이 없는 구성요소 간의 창의적인 결합은 인공지능의 본질적인 동작 방식과 상이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이 보완된다면 ChatGPT에 다시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ChatGPT


사실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외에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ChatGPT는 개방형 인공지능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가 입력한 프롬프트 값이 ChatGPT의 학습에 활용될 수 있고, 우리가 입력한 값이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OpenAI 홈페이지의 FAQ를 읽어보면, 입력된 프롬프트를 지울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정책을 보면, 대화정보가 수집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ChatGPT는 변리사와 달리 비밀유지의무가 없기 때문에, ChatGPT에 새로운 발명의 내용을 입력하는 순간 특허법 제29조에서 이야기하는 공개된 정보로 간주될 수 있다. 물론 특허청 심사관이 공개된 날짜와 내용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진보성 거절이유의 인용참증으로서 ChatGPT의 데이터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비밀유지의무가 없고 엄청나게 똑똑하면서 동시에 수억명의 사용자들과 지금도 수다를 떨고 있는 ChatGPT에게 민감한 특허출원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ChatGPT와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ChatGPT와 GPT 3.5 모델은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발명을 구체화하거나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수준 미달 상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개된 데이터 내에서만 정보 추출이 가능한 인공지능 모델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으며, 비밀유지의무가 없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나 특허출원 전 발명 아이디어를 섣불리 ChatGPT에 입력할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OpenAI는 개인화된 Fine-Tuning 모델을 제공하고 있지만, 튜닝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보안 정책에 대해서도 비밀유지 관점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ChatGPT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인간이 반복적으로 수행해왔던 단순 업무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패턴화된 업무들도 ChatGPT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성 AI 분야 중에서도 창의적인 결과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기존 공개 학습 데이터의 패턴과 다른 창의적인 구성요소의 결합이 제시될 수 있을지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한 해결방법이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특허분야에서 ChatGPT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다음 과제인 개방형 인공지능 모델이 아닌 사용자별로 분리된 개별 모델화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개별 사용자별로 입력한 프롬프트 값이 구별되어 관리되고, 개별 영역에 입력된 값에 대한 비밀유지에 대한 보안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은 특허의 기본 요건인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부정당할 여지가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가벼운 참고자료 수준의 정보를 생성하는 것 외에 특허명세서 작성이나 발명내용을 문서화하는 과정에 ChatGPT를 직접 활용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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