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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허법인BLT Nov 22. 2024

알몸으로 박람회 나가기?

박람회 전시회 출품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들


박람회의 역사는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혁신과 교류의 장으로서 세계를 변화시켜온 것이다. 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세워진 수정궁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는 산업혁명의 성과를 한 자리에 모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대단한 행사였고, 에펠탑이 세워진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많은 국가의 기업들이 출품하여 각자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박람회들은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많은 기업들이 박람회를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며 비즈니스를 성장시켰다. 코카콜라는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여져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TV는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박람회는 기업의 성장과 혁신, 그리고 국제 교류의 장으로서 현대 경제와 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업은 잠재 고객과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을 수 있으며, 시장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경쟁사와의 비교를 통해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한국전시산업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는 서울의 COEX, 킨텍스(KINTEX), 부산의 벡스코(BEXCO), 대구의 엑스코(EXCO) 등에서 매년 약 700개 이상의 전시회가 개최되며, 이들 전시회는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이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무대가 되고 있다. ‘얼마나 다양한 전시회가 얼마나 많이 열리는가?’는 선진국의 지표라고 볼 수도 있다. 


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세워진 수정궁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


하지만, 박람회, 전시회 출품 시 특허출원, 디자인출원, 상표출원을 하지 않고 출품하는 것은 마치 알몸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방패도 칼도 없이 전쟁에 나가면 적의 화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처럼, 지식재산권 보호 없이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는 것은 경쟁사나 제3자가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모방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박람회와 같이 중요한 사업적 기회를 지식재산권 보호 없이 참가하려 하는 것은, 경쟁사들이 자사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쉽게 베껴갈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박람회 출품 전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특허, 상표, 디자인권 없이 알몸으로 전시회에 나가면 어떤일이 생기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알몸으로 전시회에 나가면 생기는 일들

특허출원 없이 전시회에서 기술을 공개했을 때의 법적 어려움은 바로 ‘신규성 상실’이다. ‘신규성’은 특허등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기술을 공개하면 특허법 제29조에 따라 해당 기술이 "공지된 발명"으로 간주되어 신규성을 상실하게 된다. 특허법에서는 해당 발명이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이미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태가 되었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실행되어 알려진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스스로 공개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는 기업이 자신만의 독점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경쟁사나 제3자가 이를 모방하거나 그대로 사용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박람회에서 시연했더라도 이후 특허 출원 시 신규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경쟁사가 동일한 기술을 상용화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전시회 참가전에 특허출원을 완료한 BLT고객사 ㈜구스랩스의 피바(FIVA) 서비스


디자인출원 없이 제품을 공개했을 때의 법적 어려움도 역시 ‘신규성 상실’이다. 전시회에서 제품 외관 디자인을 공개하면 디자인보호법 제33조에 따라 해당 제품의 디자인도 ‘공지된 디자인’으로 간주되어 신규성을 즉시 상실하게 된다. 이는 제품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타인이 모방하거나 복제하더라도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의 시각적 관심을 끄는 외관 디자인은 브랜드와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 보호를 소홀히 하면 경쟁사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을 막기 어렵다.


한국, 미국, 유럽 디자인출원 완료 후 전시회 참가한 수출기업의 전시부스


상표출원 없이 전시회에 참여하여 브랜드를 널리 알렸을 때의 법적 어려움은 ‘상표 선점’을 당하는 것이다. 전시회에서 브랜드를 공개했다고 해서 그 브랜드에 대한 권리를 자동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이 해당 브랜드를 먼저 출원할 경우, 실제 사용자가 상표권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출원주의’는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대해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자에게 상표권을 부여하는 원칙이며,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상표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은 전시회 등에서 공개된 유망한 브랜드를 발견하면 즉시 출원하여 권리를 선점한다. 잘 될 브랜드를 보고 상표출원을 재빨리 시도한 후, 실제 사용자에게 고액의 양도 비용을 요구하거나, 사용 중지를 강요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 상표출원 없이 전시회에 참여했다가 해외에서 참관한 바이어가 자기 나라에 당신의 상표를 먼저 출원할 경우, 해당 국가에서의 사업 전개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글로벌 상표 소매치기 주요 사례(자료 제공=김규환 의원실)



이미 박람회 출품을 했으면 어쩌나?

가장 좋은 것은 박람회 출품전에 특허출원, 상표출원, 디자인출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특허출원, 디자인출원에 대한 구제책이 가능하다. 


디자인보호법 제36조는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디자인이 공개된 경우,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주장’하면, 그 디자인에 대해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박람회 출품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중요한 점은 디자인이 공개된 날부터 12개월 이내에 반드시 ‘디자인 출원’을 해야 하며, 이 사실을 출원서에 기재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원 당시에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주장했어야 했지만, 출원 이후에 주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도록 바뀌었다. 다만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출원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은 변함없이 충족해야한다.


특허법 역시 제30조에서 유사한 구제책인 ‘공지예외주장’이라는 구제책을 제공하고 있다. 발명자가 박람회 등에서 발명을 공개한 경우,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 출원을 하면 그 공개 사실로 인해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에도 출원 시 이러한 사실을 기재하고,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원래는 출원 당시에 ‘공지예외주장’을 했어야 했지만, 사후적으로도 공지예외주장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가능한 출원 시에 공지예외주장을 하는 것이 안전하며, 사후 보완은 예외적인 경우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상 사업을 하다보면, 공개된지 12개월 안에 일반 특허출원을 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 특허출원의 경우 준비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람회 참석 전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임시명세서 제도’ 활용하면 대비가 가능하다. 이를 간단히는 임시출원이라고 한다. "임시명세서 제도"는 규정된 서식이 아닌 임시 명세서를 인정해주는 제도로, 이를 이용하면 빠르면 당일에도 특허출원이 가능하다. 특허법인 BLT의 경우에도 많은 고객사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시회 출품을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전시회 직전이라도 ‘임시출원’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임시출원은 ‘가출원’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미국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임시출원을 한 경우, 1년 안에 발명을 제대로 담은 일반출원을 진행하면서 ‘국내 우선권주장’을 동반하면, 발명의 내용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한편, 상표가 다른 사람에게 선점된 경우에는 해결이 쉽지 않다. 일단 상표법상에는 ‘이의신청’ 제도가 있기 때문에, 내 브랜드를 선점한 다른 사람의 상표출원이 ‘출원공고’로 공개된 경우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거절시켜야 한다. 선사용한 증거나 내 브랜드가 유명하다는 ‘주지성’을 근거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만약 내 브랜드를 선점한 상대방이 이미 상표등록을 받아버린 경우,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상표는 특허, 디자인과 달리 ‘창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표장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제방법이 특허,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다. 상표는 누군가에게 선점당하면,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 이경규의 ‘꼬꼬면’의 경우에도, 방송에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상표출원을 먼저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나, 당시 특허청에서도 ‘상표는 선출원주의에 의하기 때문에, 특별한 거절사유가 없을 수 있다’고 의견을 내는 등 상표의 제3자 선점을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빠른 출원만이 답이다. 물론, 상품 출시하기 전에 해야하고, 박람회 출품전에 상표출원을 완료하는 것이 사업하는 사람의 의무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꼬꼬면’ 상표 선점사건



문제는 해외출원이다. 특허, 디자인의 경우, 각 국가마다 공지예외 근거 법률이 다르므로, 해외 출원을 고려한다면 각국의 법규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 공지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해외에서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국가별로 제도의 차이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지했다’는 내용의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자신의 박람회 출품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확보하여 공지예외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가장 관대한 공지예외 규정을 가지고 있다.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출원만 했다면, 박람회 공개에 대해서도 문제없이 공지예외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은 공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출원을 하여야 하고, 중국정부가 주관·승인한 국제전람회 및 규정된 학술회의에서 공개된 경우에만 인정한다. 민간에서 사적으로 개최한 일반 박람회에서의 공개는 공지예외 인정이 어려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박람회 출품을 통한 공개도 공지예외 대상이긴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공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출원을 한 경우여야 한다. 유럽도 6개월이며, 공식적으로 인정된 국제 전시회(international exhibition)에서 공개한 경우에 한해 인정해준다. 가능하다면 박람회 공개 전에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만약 놓쳤다면 6개월 이내에 한국 출원을 진행하면서 공지예외주장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해외 디자인출원의 경우에도 위의 사항과 비슷하다.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구)영국 특허청 건물 앞에서


디자인보호법과 특허법의 이러한 구제책들은 혁신을 장려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에 불과하므로, 원칙적으로는 출원을 먼저 하고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박람회에 먼저 출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법규를 숙지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필요한 절차를 밟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론 지식재산권 보호는 기업이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부동산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무형자산’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사업을 전개하면, 알몸으로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다. 박람회 출품 전, 특허·디자인·상표 출원을 미리 준비하여 당신의 사업이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하자.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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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43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유철현 변리사와 함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인 ‘특허법인 BLT’를 창업하였습니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엄정한 변리사                                  : www.UHM.kr

엄정한의 생각마루 / facebook  : www.FB.com/thinku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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