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이 어때서?

“엄마는 다짐만 엄청 많이 하고 실천은 안 해! 말만 많고 요란해!!”
딸내미한테 내 성격에 대해서 물어봤다가 기분만 더 나빠졌다.
조언을 잔소리쟁이 엄마로 취급하는 말투가 귀에 거슬려 섭섭해졌다.
팍 상한 마음을 표정 관리하고 남편에게로 갔다.
넷플릭스에 빠져 있는 남편의 이어폰 한쪽을 톡 잡아당겨 빼고
내 성격이 어떤지 쭈그려 앉아 질문을 했다.
“당신은 다혈질이지, 욱하는 성질은 끔찍해! 근데 장점은 있어.
솔직해! 논리적이고, 끝! ~~~ 아 참, 하나 더 있다. 벌려놓는 일이 너무 많아.
유종의 미가 없는 게 단점! ”
’치! 너는 잘하냐?’ 이 말이 툭 튀어나올 뻔한 걸 꿀꺽 삼키고 얄미운 귓구멍에 이어폰을 다시 푹 꽂아주고
방을 나왔다.

결국 가족들에게는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가족이라는 믿음으로 함부로 대해왔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샐까 봐 총대 메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한 귀로 흘려보내면 그만이었다. 엄마를 빈 수레에 비교하는 딸아이 말은 뜨끔하다. 청소년 시기만 해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겼었는데 갈수록 가르쳐줄 게 없어 민망하긴 하다.
나를 겪어본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내 평판이 다르니 그나마 다행이다. 딸내미 같은 사람만 주변에 몰려있다면 나는 쌈닭일 것이다. 딸아이가 교육적으로 배울 것만 필터링해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미 꽃게는 옆으로 걸으면서 어린 꽃게에게 바로 걸으라고 채근하는 모순은 있지만, 성년이 다 된 녀석의 인성을 믿어보기로 하고 그냥 툴툴 턴다.
집에서는 아주 불량해 보이는 내 성격은 밖에 나가면 사회적으로 최적화된 쓸모 있는 나로 변한다. 관심사에만 집중할 뿐 가족에게 하던 것처럼 필요 이상의 오지랖을 떨지도 않는다. 종종 함께 외출하는 딸내미는 180도 다른 내 태도와 행동을 보고 귓속말로 놀린다. “엄마는 이~중 인격자야 크크크”.

“까똑 카톡~고객님, 행복한 주말! 오늘의 타로를 확인해 보세요!”
거래 은행 앱에서 취향 저격한 알람이 매일 온다. ‘오늘의 운세’ 알고리즘이 내 정보를 긁어갔겠지. 나는 사주와 타로에 관심이 높다. 현실의 나와 태어난 날짜로 본 현생의 삶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감정을 타로와 사주는 너그럽게 받아준다. 데이터 교집합이긴 하지만 가까운 미래까지 분석해서 마음을 쥐었다 놨다 보듬어주는 마법을 부려 좋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AI 챗봇은 30초도 안 되어 신년 운세를 쪼르르 펼쳐준다. 사계절 어떤 날짜에는 거기 가지 말라는 당부까지 챙긴다. 일면식도 없는 것이 삼신할매 비서처럼 부적을 뽑아주듯 음양오행에 맞춰 그럴싸한 사주풀이 결과로 마음을 흔든다.
<나는 주위 환경에 세심한 신경을 쓰기도 하며, 초월적인 상상의 세계에 관심이 많아 예술적인 아름다운 동경심이 마음 깊이 잠재되어 있단다.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중적 성향 때문에 온순하고 정직하지만 때로는 매우 거칠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살려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을 처리하다 손실을 보는 수도 있단다> 상담 챗봇의 데이터 통계일 뿐인데도 기분이 말랑말랑해진다.

출력된 사주를 흐뭇하게 읽다가 ‘초월적인 상상의 세계’ 행간에서 웃음이 나온다. 내 첫인상을 말해준 독서 모임 친구들 때문이다. 눈을 위로 치켜뜨고 말하는 버릇이 ‘꿈꾸는 유쾌한 공상가’ 같은 면이 있고 실수하면 빨리 인정하는 모습이 귀엽단다. 눈을 위로 뜨고 말하는 타입은 심리적으로 시각적인 사람이라고 옆 친구가 말을 보탠다. 무엇이든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믿고 의심이 많은 타입이라고 하니, 자기들 일처럼 공감한 듯 모두 까르르 웃었다.
책 읽고 공부하며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인풋은 잘 되는데 아웃풋에 시간이 좀 걸린다. 끈기가 부족하고 지속적인 반복 학습을 피한다. 강하게 몰아붙이는 강단도 없으면서 자기반성과 다짐은 또 잘한다. 결과를 빨리 내고 싶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루틴을 잘 짜놓고 실천보다는 미루고 미루다 들어오는 복도 많이 놓친다.
딱히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어본다. 내면에는 인정이 많고 부드러운 성격에 사람들을 압도하는 분위기도 갖췄다고 하지 않은가.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도 있고 희생정신도 강하고 다른 사람들과 친화력 있는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니 괜찮은 인생 아닌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까지 받으니 감사한 일이다. AI 삼신할매를 믿어보기로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