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마 야마 작가로 보는 오리지널과 도작 및 표절

- 도작(盜作)과 표절을 하지 않는 작품의 순수성

by 블루 캐롯






와야마 야마 작가의 화제작 <가라오케 가자!>
데뷔작이자 단편집 <빠졌어, 너에게>는 2025년 현재 불경기 속에서도 14쇄라는 놀라운 판매 부스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이미지- 단행본 촬영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애니메이션 <가라오케 가자!>. 야쿠자 간부 나리타 쿄지가 조직에서 개최되는 노래 대회에서 벌칙을 면하기 위해 중학교 합창대회에서 눈여겨본 중3 남학생 오카 사토미를 자신의 노래 선생님으로 점찍으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 출판 만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구매한 그녀의 작품은 한마디로 끝내주게 재밌었다! 스토리, 연출, 개성 있는 그림체와 톡톡 튀는 감성이 묻어난 찰진 대사까지! 오랜만에 대단한 스타 작가가 탄생한 것이 기쁘고 흥분되어 데뷔작 <빠졌어, 너에게>는 물론 <가라오케 가자!>의 후속 편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와 <여학교의 별>까지 순식간에 구매해 읽었다. 와야마 야마 작가의 신드롬 급 인기는 국내의 경기 불황속에서도 높은 판매 부스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룩 백>과 <제인소 맨>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 / 이미지- 학산문화사
<체인소 맨>에서 오마주(?) 했다고 말하는 수 많은 부분, 한 네티즌이 정성스럽게 비교 해 놓은 자료 중 일부분을 캡처 했다. 너무 많다../ 이미지- 디시인 사이드

*위 비교 이미지 자료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inglebungle1472&no=1363195





와야마 야마는 일본 만화계 안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 작가로 평가받으며 국내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부분의 작품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를 매료시킨 작품의 매력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오염되지 않은 순수성'을 으뜸으로 꼽고 싶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기 위해 스토리, 구성, 연출, 대사, 작화 등을 다른 이의 창작물에서 본 따온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독창성이 그것이다. 최근 일본 만화 공모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은 와야마 야마 같은 작가의 존재를 더 빛나게 하고 있다. <체인소 맨>과 <룩 백>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그가 만든 고유의 세계관과 연출, 작화 방법, 스토리 진행 방식등을 그대로 따라한 아류작들이 차고 넘치게 공모전에 투고되어 심사 위원이었던 중견 만화가는 절망하며 말한다.



" 아니 왜 죄다 후지모토 타츠키야, 나만의 작품(오리지널)을 만들 생각이 없는 거야?!"



그러나 일본 소년만화 신인 공모전에 동경의 대상으로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인기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 역시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미장센, 다른 작품의 시놉시스 일부분을 그대로 차용한 부분이 대량으로 발견되어 논란을 빚었다. 오마주라 말하기엔 너무나 명백한 표절, 그의 작품에 열광했던 독자들은 큰 실망감과 함께 믿었던 작가와 작품에 상처받는다.








일본 공포 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의 대표작 <소용돌이> / 이미지- 시공사


(좌) 이토 준지의 <소용 돌이> 속 한 장면, 이것을 그대로 따라 그렸다가 들킨 아쿠타미 게게의 <주술회전 > 속 한 장면 / 이미지- 구글
인물 표정과 배경 표현으로 이토 준지의 화풍을 패러디 한 와야마 야마의 <빠졌어, 너에게>에 수록된 단편 [니카이도 이야기] 편의 한 장면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오마주(Hommage)는 무엇인가. 그 정의는 이러하다.

프랑스어로 ‘감사, 경의, 존경’을 뜻하는 말로 영화에서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일종의 경배를 뜻한다. 때로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이 존경했던 영화감독에 대한 일종의 헌사로서 특정한 장면을 모방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마주 [Hommage] (영화사전, 2004. 9. 30., propaganda)




만화는 시각적 이미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매체이기에 작가의 화풍과 표현 방법이 언제나 큰 화두가 된다. 표절이 아닌 원작자에 대한 존경을 담은 진정한 오마주는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따로 표기해 작품 안에 기록된다. 영상 매체에서는 초반 또는 앤딩 크레디트에서 헌사를 문자 매체인 책과 만화책에서는 페이지에 각주를 달거나 따로 소개 지면을 통해 알린다. 이 같은 사전 고지 없이 먼저 발표된 타인의 작품을 본인의 창작물에 대입하면 표절이 되는 것이다. 근래 만화에서 벌어진 대표적 표절 사례 중 하나가 아쿠타미 게게의 <주술회전>을 들 수 있다. 일본 공포 만화의 선구자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의 한 장면을 그대로 따라 그렸다가 들킨 작가는 논란이 일자 원작자에게 찾아가 뒤늦게 사과하며 양해를 받았다고 둘러대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이미 벌어진 잘못이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주홍글씨로 남은 보이지 않는 각인이 따라다니게 된다.




표절을 해 놓고 뻔뻔하게 오마주라고 둘러대는 위 사건과 달리 명확히 오마주는 아니지만 거장의 작품에서 영향받은 연출과 표현 방법에 자신의 개성을 더 해 만든 예를 와야마 야마의 <빠졌어, 너에게>에 수록된 단편 중 [니카이도 이야기] 편의 한 장면에서 느낄 수 있다.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에 나오는 장면을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인물 표정과 배경 표현에서 '이토 준지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받은 영향을 극의 흐름상 코믹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서 '그의 화풍을 패러디'한 것이다. 실제로 와야마 야마는 공식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화가가 되는데 많은 영향을 받은 이토 준지의 작품을 습작한 적이 있으며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 밝히고 있다.










이미지- 브런치 화면 캡처




만화나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지로 규정되는 매체의 특성상 표절이 바로 드러나진 않는다 해도 앞서 언급된 후지와라 타츠키와 아쿠타미 게게의 도작(作)과 표절을 평론가들은 물론 독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확하고 섬세하게 다 찾아낸다. 시간이 오래 흐른 뒤라 할지라도. 그러니 시각적 표현을 창작하는 작가로서는 조금이나마 침해받은 작품의 권리가 회복될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교묘하게 글을 비틀어 표절의 얼룩을 지운다. 수년 전 국내 문단의 인기 소설가가 일본 작가의 문장을 적나라하게 따라 해 국내외 파문을 일으킨 사건은 많은 이에게 경각심을 준 동시에 모종의 음험한 의도를 갖고 있던 자들에겐 어설프게 들통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지표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왜 갑자기 도작(盜作)과 표절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것은 브런치의 한 작품에서 느낀 묘한 기시감 때문이었다. 우연히 읽은 글에서 예전에 읽은 듯한, 그러나 썩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꺼림칙한 육감을 무시할 수 없었고 브런치 플랫폼 검색 창에 해당 단어를 치니 비슷한 타이틀의 작품이 검색된다. 물론 우연의 일치로 동명이인의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제목이 동일할 순 있겠지만, 소재의 활용과 작품형식의 배열 및 전개 방식을 베낀 작품의 실물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진다.




"어?! 이건... 이분이 먼저 한 창작한 아이디어인데..."

"맙소사! 이걸 이렇게 바꿔서 적용했구나..."


마치 혈연관계처럼 닮은 또는 일부를 교묘히 바꿔 적용한 작품의 관계성. 각각에 발행일자를 확인하니 도작(作)과 표절은 선명해진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누군가 짧게 발행한 글 몇 편을 도용해 자신의 브런치북을 만들 마중물이자 자양분으로 쓰는 모습. 여기서 섬뜩한 점은 또 다른 형태의 표절은 타인의 작품을 모방한 것을 물타기 하기 위해 유명한 위인의 명언과 저서는 확실히 인용하기도 해서 타인의 창작을 갈취한 행위에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오래전 나는 실패 투성이의 자전적 이야기 <나의 데님로드> 연재 시 황당한 표절과 공손한 인용 요청의 경험을 동시에 한 적이 있다. 내 글의 소재와 에피소드 진행 방식을 표절한 것은 다름 아닌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유명한 블로거로 평소 그분의 블로그를 드나들며 데님에 가진 한 사람의 열정에 감동했던 나는 작은 공간을 대여해 팝업을 열었던 날 먹을 것을 갖고 찾아가 전해주며 응원하고 제품을 판매하면 "팬으로서 하나쯤은 사야지"라고 생각해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이 표절 글을 기재하고 난 후 그의 지인들은 "자, 이제 빌런이 나와야 할 차례 아닌가? 빌런은 어디 있지?ㅋㅋㅋ"등의 댓글 놀이를 하며 작품 안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나의 경험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롱했다.



내가 쓴 글의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 루저로서 조리돌림을 당한 치욕스러운 경험과 달리 같은 작품을 보면서도 문장 일부분을 자신의 글에 써도 되는 지를 정중히 묻는 분들이 계셨다. 바로 브런치에서 두 분의 작가님이 팀을 이뤄 글과 그림을 연재하셨던 날숭이작가님.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한 화장실을 청소하던 에피소드에서 평소 내가 어딘가에서 들어 실천했던 일, '화장실이 깨끗한 곳이 잘된다'에 관한 것을 쓴 문장이었다. 이 말은 관용적 표현으로 봐도 무방한 문장임에도 댓글을 달아 정중히 내가 쓴 문장을 인용해도 되는지를 물어보시는 두 분의 인품에 놀라 깊은 감동을 받은 바 있다.







신인 작가들의 꿈의 등용문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 이미지- 브런치 화면 캡처
유튜버 썰링 포인트님이 봉준호 감독이 씨네21에서 가졌던 인터뷰를 인용해 만 든 쇼츠 영상 캡처 / 이미지 출처- 유튜버 썰링 포인트

영상 출처 원본 - https://www.youtube.com/shorts/OzDJogemArc




도작(盜作)과 표절 문제에 관해 내가 인식한 부분이 오해 일 수도 있다 싶어 '브런치 글 표절'을 키워드로 검색하니 별의별 경우가... 아주 오래전부터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자행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유레카를 외치며 알게 된다. 글을 개성 있게 잘 쓴다고 생각하는 많은 작가님들이 현재는 활동을 안 하거나 애써 만든 주옥같은 브런치북을 삭제하고 활동을 해도 일상과 시사에 관한 내용의 글만 쓰시며 자신의 앳센셜이라 불릴 만한 주제로 공개적 글쓰기를 안 하는 이유를. 집안 사정으로 글을 못 쓰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자의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독보적인 분야의 전문성과 지식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이 같은 도둑질은 거의 없거나 드물지만.. 혹은 내 시야가 좁아 발견하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창작을 위해 작가 한 분 한 분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에 쏟은 애정을 떠올리면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수많은 작가님들이 귀한 시간을 할애해 브런치라는 공간에 자신만의 작품을 올리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더불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출간이라는 행운을 거머쥘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출간한 이력이 있는 작가에겐 또한 번의 기쁨으로, 무명의 신인 작가에게는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여 온라인으로 발표한 작품에 공신력을 실어 준다.



번뜩이는 찰나이건 오랫동안 기획한 것이든 어떤 이의 아이디어로 발생한 창작물은 소중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나쁜 의도로 유린당해 편집되고 가공된 도작(盜作)과 표절은 원작자의 뇌와 마음을 난도질하며 창작 의욕을 꺾고 자존감마저 떨어뜨린다. 국내를 넘어 이젠 세계적 영화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이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표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내용을 인용해 만든 유튜버 썰링 포인트님의 쇼츠 영상은 조회수 207만 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봉준호감독이 말하는 요지는 분명하다.



"베낀 사람이랑 베껴진 사람은 텍스트만 보면 서로 압니다. 모를 수가 없습니다."



2013년 영화 <설국열차> 개봉 당시 기자는 질문한다. 설원 위에 끝없이 달리는 기차라는 설정을 빼면 프랑스 원작 만화와 영화는 전혀 다른 내용인데, 왜 원작의 판권을 사들였는지를. 이에 그는 대답했다.



"설원 위를 달리는 기차라는 원작자의 발상이 위대한 것입니다. 그 발상을 도둑질해서는 안되죠."








몇 년 전부터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응원하기'와 최근 신설된 '멤버십' 기능은 작가의 구독자수와 함께 알고리즘을 타고 브런치라는 생태계에서 작가의 작품이 더 많이 노출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각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고유의 창작이 아닌 허락을 구하지 않고 도용된 도작(盜作)과 표절로 점철된 작품이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독자에게 읽히며 오리지널로서 탈바꿈되기도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8월 25일 시작된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는 부디 그동안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쌓으며 몰입한 작가에게 영광의 순간이 함께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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