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by 초마실

지은이 : 레이 커즈와일

옮긴이 : 이충호

제목 :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간 연도 : (1판 10쇄) 2025.10.20.

페이지 : 총 552면


사진출처 : 교보문고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인류는 거대한 기술 전환의 서막을 맞이했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였던 인공지능 기술은 챗GPT, 제미니(Gemini)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다시금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그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이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성능 앞에서 누구도 미래 변화의 흐름을 부인하기 어려워졌다.


레이 커즈와일은 미래학자이자 발명가,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통찰로 유명하며, 특히 2005년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로 '특이점(Singularity)' 개념을 대중화한 인물이다. 커즈와일은 수많은 혁신적인 발명과 저술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융합, 그리고 기술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지에 대해 깊이 탐구해 왔다. 그가 자신의 기존 예측과 향후 예상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20년 만에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내놓았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단순한 위협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통한 동반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능 진화의 여섯 단계와 인류의 현재 위치


커즈와일은 지능의 진화를 여섯 단계로 나누어, 현재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번째는 물리학과 화학 법칙에 따라 원자가 진화하며 만물이 탄생한 시기이다. 뒤이어 생명이 탄생한 두 번째 시대가 열렸고, 세 번째 시대에는 생명체가 스스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뇌가 출현한다. 네 번째 시대는 동물의 인지 능력 발달로 복잡한 행동이 가능해진 단계이며, 현재 우리가 지나고 있는 다섯 번째 단계는 인간의 인지와 디지털이 융합하는 시기라고 진단한다. 아직 오지 않은 마지막 단계에서는 우리의 지능이 우주 전체로 퍼져나가 보통 물질을 컴퓨트로늄(computronium)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한다.



신피질 모방과 특이점의 가속화

디지털이 인간의 인지와 융합하면서, 인공지능은 인간 뇌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신피질(Neocortex)을 모방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유사성을 찾아 새로운 통찰을 얻어내는 뇌의 신피질 능력은 역사적으로 찰스 다윈의 진화론, 뉴턴의 중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같은 위대한 지적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커즈와일은 바로 이러한 신피질의 유추적 통찰력이 AI 분야에서 일어난 놀랍고도 급작스러운 급성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발달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이 급속도로 향상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을 도구 삼은 인간의 생물학적 지능이 수백만 배나 팽창하는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는 누구인가? - 정체성의 새로운 정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생물학적 인지 능력이 크게 팽창하는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의 정체성이 생물학적 신체와 같은 특정 구조나 물질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온전히 유지시켜 주는 '정보와 기능의 연속성'이라고 말한다. 인공 장기나 비생물학적 시스템을 우리 몸과 뇌 속에 통합한다 해도, 우리가 인지하는 정보 패턴의 연속성이 지금의 우리 자신을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때 특이점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기 수정 능력의 완전한 실현에 이르게 할 것이며, 인간을 생물학적 수명으로 인한 한계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보 패턴을 통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삶은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단계마다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부각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한 산업혁명 시기에 많은 수공업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최근에는 공업화로 인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커즈와일은 이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는 인류가 지난 200년 동안 문해율, 교육, 위생, 기대 수명, 깨끗한 에너지, 빈곤 감소, 폭력성 감소, 민주주의의 확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비약적인 개선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바로 스스로 발전을 촉진하는 '정보 기술'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인공지능은 농업, 의학, 제조, 토지 사용 등 선형적으로 발전하던 여러 기술들을 기하급수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런 수십 년간 이룩한 성과가 가속화되어 인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도약하게 만들 것이며,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를 낙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증가하는 물질적 풍요가 폭력 유발 요인을 줄일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신기술의 발달로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동화를 추구하는 경제적 인센티브 덕분에 인공지능이 점점 더 많은 일들을 맡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더 완전히 융합되기 전까지 노동자들이 상당한 혼란으로 내몰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믿음은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 변화가 기존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지만, 바로 그 변화 때문에 전통적인 일자리 모델에서 새로운 기회와 직업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기술 변화 덕분에 사회 전체적인 부는 훨씬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해 사회 안전망 또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론을 제시한다.



너무 낙관적인 기대인가

이 책의 전반적인 기조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낙관론에 기반한다. 저자의 주장과 같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사회 발전이 인류의 총량적인 복지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양극화나 당장의 일자리 문제, 그리고 인간 소외와 같은 부작용들은 우리처럼 짧은 생을 사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힘들게 하는 요소들로 다가올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긍정적인 효과 측면에 가려진 부작용들을 단순히 다수결과 같은 논리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역사의 큰 변환점에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생물학적 인간의 능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는다. 이 책은 우리에게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는 것을 넘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주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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