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마일리지

본전 생각하는 구시대의 유물

by 초마실

얼마 전, 전 직장의 한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른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한 그는 심리적 부담이 커져 선배인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렇게 연락해 준 그가 고마워, 한참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건넨 답변은 이랬다.
과거 선배 세대가 임원이 되면 방 한 칸을 따로 차지하고, 부하 직원 보고를 받고 신문을 읽거나
긴 점심시간을 보낸 일상이 흔했다는 점.

하지만 지금의 임원은 다르다고 했다.
회사는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을 기용하며 중심을 잡고, 실질적으로 ‘일하는’ 임원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런 임원이 바로 후배에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사이에서 사회에 진출했다.
취업 기회는 대폭 줄어들었고, 회사는 늘 위기를 말했으며 IMF 위기 때는 임금을 반납하기도 했다.
선배들은 “우리 때는 야근이 일상이었다”라며 실무자 시절의 고생을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이 관리자급이 된 후엔,

그 고생은 후배들이 해야 할 몫이라는 ‘마일리지’ 의식이 깊이 자리 잡았다.


내가 선배가 되어보니, 회사에 오래 머무는 ‘뼈를 묻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MZ세대는 회사를 단지 경력의 징검다리로 여기는 시대가 됐다.

한 회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으면 승진과 급여가 상승하는 것이 당연했고,
임원은 법인카드 같은 특권까지 누리던 시대도 있었다.


송길영은 《시대예보 : 경량문명의 탄생》에서 새로운 문명에서는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이는 이 중심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일하지 않고 관리나 지원하는 사람의 존재의 이유가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자리만 차지하며 마일리지를 계산하는 시대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회사의 중책을 맡은 임원일수록, 과거 고생했던 경험을 살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시대다.

이런 선배가 지금의 후배를 이끄는 진정한 선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내게 전화준 그 후배는 함께 근무하는 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당시에도 능력이 출중하여 나중에 중책을 맡아 조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도 그가 몸담은 조직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만큼 선배들의 길과는 다르게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가며 우리 사회에서 핵심적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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