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만년필 Jul 02. 2015

만년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08]

잉크 한 병을 다 비우고

홀가분

최근 정혜신, 이명수님이 지은 '홀가분'이라는 책을 읽는데.

런 내용이 나온다.

한국인들이 긍정의 최고상태고 꼽은 표현은

홀가분하다

라고.


사람들은 보통 뭔가를 가질 때  행복해하는 듯하지만

의외로 모든 걸 털어버린 '홀가분한' 상태에서

더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란다.



한 병 비우다

여러 색깔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 이 파랑 파커 잉크를 다 비웠다.

이전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빈 잉크병을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위의 사진과 같이 한 번 찍어 보았다. 


빛이 안 좋아서인지 그리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속에 조금 남아 있는 파랑 잉크가 만드는 인공적인 파랑과 

배경에 있는 자연의 파랑이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지금 쓰고 있는 잉크는 대략 다음과 같다.

파커 파랑잉크,

라미 검정 잉크,

파일럿 이로시주쿠 신록,

파일럿 이로시주쿠 야마부도(산포도)


각각 특색 있는 잉크병 디자인인데 

하나 둘 빈 잉크병 모으는 것도 재미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빛 실험

(잉크 찌꺼기 제거를 위해)

이번엔 물을 넣고  빛을 통과시켜 봤다.


공기보다 물이 빛을 더 잘 굴절 킨다는데

눈으론 딱히 모르겠다.



세워두고 병을 통과한 빛이 어떻게 퍼지는지  살펴본다.

전반적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병 모양이 일종의 볼록렌즈인 것 같다. 

그래서 빛이 퍼지지 않고 모이는  듯!


예전에 전공선택으로 해양학 개론을 들었는데 

특이한 과제를 내주시곤 하는 교수님이 계셨다.


어느 날은 과제가 양초 관찰이었다. 

양초에 대해 열 가지 이상 관찰사항을 적으라는 것이었다.

양초에 대해 무엇을 열 가지나 적으란 말인가?

그러한 고민으로 양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밝은 야외에서 관찰되는 양초와 조명을 끈, 

어두운 실내에서 관찰되는 양초 

그리고 

냉장고 안에 넣은 양초 등 

여러 환경 속에서의 양초 불꽃을 관찰해 본 적이 있다.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그 과제가 꽤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나 보다.

(참고로 그 수업 마지막 기말고사 과제는 

바닷가를 가서 관찰한 사항 열개 적기였다.)


잉크병도 보기에 따라 

잉크 담는 병을 넘어서 

예쁜 수집품이 될 수도 있고 

작은 보관함이 될 수도 있고 

소주잔(?)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이렇게 과학실험 도구/대상이 될 수도 있구나 싶다.



홀가분함이, 그 여백이 여러 상상을 낳는다.




작가의 이전글 만년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0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