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도 새 소설을 쓰고 있었다. 정리는 나중에 몇 십번이고 할테니 우선은 흘러가는대로 쓰자, 하며.
고질적인 갑갑함이 또 찾아왔다. 폐쇄공포증 같은.
그건 글 안에 갇혀서인지 아니면 가끔씩 자신을 잊지 말라는 경고 비슷한. 그러니 익숙하지만 매번 속상한 감정이다.
다섯번째 소설인데 그 사이에 기력이 많이 늘어진 건 맞다. 늘 시달리면서도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하루종일 좋아하는 영상을 보고 그러다 클래식 음악을 작게 틀고 글을 쓴다. 허구지만 과거의 감정들을 다시 끌어내고 내 앞에 앉혀두고 마주보는 일은 어쩌면 글과 상관없이 자학적인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치유이든 못된 성질이든 계속 한다면 또 하나의 마침표는 획득할 것이므로 한. 다.
이런 기분에 휘둘릴 때 긴 산책을 하거나 달콤한 음료를 마시거나 낮잠이라도 잠시 잘 수 있다면.
하지만 나는 못하고 있다. 차라리 글속에서 미쳐버리는 게 더 낫다. 어쩌면 나는 이미 일상에서는 한참 벗어난 고립을 원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모두 나의 잘못. 선택. 기질.
그리고 뭉근한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