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눈동자,

by 진주현



자신을 관찰하는 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예전에는 심했다. 몇 년을 연극 무대에 섰을 때 가장 확실히 느꼈다. 그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나의 어설픈 연기를 지켜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아주 나쁜 종류의 에고, 였다. 한 순간도 날 놔두지 않는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건.
연극을 사랑했다. 한 번도 똑같이 재생할 수 없는 그 근원적인 순간과 헛점에 더없이 매력을 느꼈다. 그만둔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전공이 아니라 설 자리가 많지 않았고, 은근한 텃세도 있었고, 하루에 200장씩 들고 다녀야 하던 포스터의 거인 같은 무게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나였다. 나를 벗어나려고 했는데 나와 비슷한 분신도 아닌 기묘한 자아가 누군가들이 돈을 지불하고 설레는 마음을 장착한 것에 대해 내가 무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는 날 지켜보는 나를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자아든 유착되어 있어 내 마음대로 버려지지도 않는다.
글을 쓰는 일은 좋다. 요상한 자아를 글 속에 봉인해버릴 수 있으니. 작사도 좋다. 신경은 곤두서지만 내가 쓴 가사로 음악이 되니 신기하다.
거울을 보면 눈동자의 색만 확인한다. 이제는.
모든 자아가 눈동자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조금 슬픈 듯한 오래된 눈동자를 본다.
눈동자가 시간을 먹은 것을 보고 만다.
동공이 조금 큰 것만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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