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좋아하는 것들은 있지만 특별한 꿈은 없었다. 손재주도 없고 싫증을 잘 내는 성격 탓에 연필 하나도 끝까지 써본 적이 없었다. 벼락치기에는 좀 능하기도 했고 집중력은 있었다. 책에 빠져 말간 침을 자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태생이 성실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좋아하는 것에는 불의 기운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도 몇 번 있었다. 오직 하나만을 향해 달려갈 수도 있는 인간이구나. 대신 날 그토록 미치게 하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글에 대한 얘기는 꽤 많이 했다. 현재형, 이므로. 나는 책을 달고 살았고 늘 끄적여대고 있었지만 작가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썼다. 그것만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허망한 기분이 되었다. 책이 되고 싶었다. 나보다 먼저 세상 공기를 맡으라고 속삭이는 마음이 들었다. 방법을 모르겠다, 하면서도 혹시나 누군가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면, 하는 마음이 커지자 행동했다. 그래서 나는 동사, 라는 말을 좋아한다. 명사, 만으로는 꿈은 각설탕처럼 굳어가니까. 꿈들은 너무 바빠 태양의 빛처럼 모든 곳에 내려앉지 않는다, 라고 언젠가 썼다.
많은 이들이 비밀스레 간직한 꿈들이 동사가 되어 서로에게 각자의 이름으로 빛을 주고받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