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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현

아무리 당신이 유명해도, 아무리 당신이 화려해도, 아무리 당신이 소박해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 하나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아주 오래전에는 예술, 이라는 말에 완벽하게 사로잡혔었다. 그리고 나만의 예술은 없다고 애석해하면서도 늘 가방 안에 책과 CD들을 짊어지고 다녔다. 혜화동 거리를, 험프리 보가트의 사진이 걸려있는 카페를, 지금이라면 엄두도 못 낼 사람들이 북적이는 사이를 빠른 속도로 피해 다니며 약속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아지트로 가곤 했다.
궁금한 게 많았다. 콜린 윌슨의 책의 밑줄은 난무했고 대사 한 마디도 안나오던 3시간 짜리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예술, 만 외쳐대는 무례한 인간들이 싫어 돌아섰다.
비트겐슈타인 대신에 추리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니체 대신에 장 그르니에의 온기를 훔쳐봤다.
그리고. 다시.
나만의 Artist 들의 목록이 생기고 매일 귀로, 마음으로 섭취한다. Filter 에 걸러진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노래 가사처럼. 날 만든 사람 너니까. 새로운 노래가 될꺼야. 어떤 나를 원해?


나는 누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고집이 세고 성질은 급하고 걸음도 아주 빨라요. 그래서 혼자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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