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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나의 작업

by 진주현

"나는 내가 창조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

덕분에 나의 외로움은 늘 누그러진다."

ㅡ 카슨 매컬러스


글을 쓸 때는 늘 혼자여야 하므로 가끔 쓸쓸한 외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외로움 보다는 자유롭지 못함에 대한 무게감이 더 큰 탓에 글을 쓰는 일은 내게 어쩌면 도피처나 피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결말이 나와서 시작한 글은 거의 없다. 무언가 슬며시 떠오르면, 그것에 대해 내가 감정적으로 알고 있는 영역이라면 시작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길을 잃는 건 당연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너무 진한 감정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갑자기 울컥하기도 한다.
그래도 붙들고 집중을 하다보면 슬쩍 보이는 길들이 있어 열심히 따라 걷는다. 그리고 반환점을 지나면 또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럴때면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며 또 한 발을 앞으로 내민다. 끝이 보이면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허망한 시간이 온다. 몇 달을, 보통은 일 년 가까이 매일을 마주보고 있던 내가 만든 영혼들과 작별을 제대로 하기 위한 시간이 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표 하나.
허구, 라는 틀 속이 어쩌면 은밀한 고백을 하기에 적당한지도 모르겠다. 그 허구 속에 내가 만든 존재들은 종종 허구 같지가 않고 나 자신 같아 견딜 수 없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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