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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먹는 염소

단조의 태생

by 진주현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가 분리되며 생기는 끈기가 만들어 내는 길이가, 음을 내기 위해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그 짧게 겹쳐지는 순간의 높이가, 봄이 간식을 만들기 위해 펴 놓은 요리책에 고정했던 돌멩이가 자꾸 접히려는 종이를 진정시키던 순간이, 바우에게 먹일 북어를 손질하다 가시에 찔리고 가시를 빼내자 그제야 피가 맺히던 그 사이가 시간이라는 것을 더 잘 알았다면 나는 달라졌을까. 아니다. 나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이해받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감정 사이 속으로 숨기 바빴다. 단조의 태생이 선택하기에 딱 알맞은 도피를 늘 택했다.

내 열 살에 던져진 문제가 내겐 생의 억울한 반칙이었다고 해도 내게 온 것은 온 것이었다.

내가 스물다섯이었어도,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중년의 주름을 장착한 나이였더라도 어쩌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동안의 나의 시간은 어떤 것인가.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로 붕 뜨지도 못했고 가라앉아 바닥을 치고 떠오르지도 못한, 깊은 물속으로 처음부터 난폭하게 내던져진 열 살에 멈춰 버린 인간이었다. 인간은 물고기가 아니다. 나는 발길질을 해 보기도 전에 잠수부터 시작했고 물 밖으로 나오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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