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닫히는 날들이 늘어간다. 괜찮은 일이다.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니.
언어가, 소리가, 목소리가 주는 온기의 반대편의 부작용에 대해 시달리는 중이다.
무엇이든 말로 해소해야 하는 지인 덕에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니 이해를 억지로 도모해도 역시 어렵다. 이야기를 들어줄 때마다 나는 그저 하나의 벽이 된 것 같다. 정작 내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누군가가 필요할뿐이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컨디션 상태는 안중에 없다.
나는 구속을 지독히 싫어하는 성향이고 솔직히는 통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낫다.
그럼 왜 그 사람을 끊어내지 못하냐는 질문이 생긴다. 몇 번을 끊어냈지만 내 좁은 행동 반경을 아니 또 연결되고. 그래, 나라도 들어줘야지,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또 한계다.
말을 해야 사는 사람과 침묵이 소중한 사람.
대화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 위태로움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이제 노이로제에 걸려 버렸다.
하지만 차근히 설명해도 또 제자리일 것이 분명해 내 침묵은 더 힘을 받는다.
그 사람은 침묵을 배우고 난 좀 더 유연해지면 달라질까. 아니다. 습성은 버리기 어려운 일이다.
인식을 해도 어려운데 인식도 못 하는데 가능할 일이 아니다.
거의 혼자 있으면서도 나는 더 혼자이길 바란다.
글을 쓰거나 가사를 써야할 때는 지극히 당연하고 다른 시간들도 마음과 뇌로 다음의 일들을 상상하고 가늠하느라 혼자 바쁘다.
작년 내내 붙들고 쓴 매일의 문장이 올 해 세번 째 책으로 태어났듯이 과정들이 곧 작업이다.
누군가를 욕한 기분이 들어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일말의 자유가 숨, 이니 조만간 모진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