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침묵

필요한 것

by 진주현

입술이 닫히는 날들이 늘어간다. 괜찮은 일이다.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니.

언어가, 소리가, 목소리가 주는 온기의 반대편의 부작용에 대해 시달리는 중이다.

무엇이든 말로 해소해야 하는 지인 덕에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니 이해를 억지로 도모해도 역시 어렵다. 이야기를 들어줄 때마다 나는 그저 하나의 벽이 된 것 같다. 정작 내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누군가가 필요할뿐이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컨디션 상태는 안중에 없다.

나는 구속을 지독히 싫어하는 성향이고 솔직히는 통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낫다.

그럼 왜 그 사람을 끊어내지 못하냐는 질문이 생긴다. 몇 번을 끊어냈지만 내 좁은 행동 반경을 아니 또 연결되고. 그래, 나라도 들어줘야지,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또 한계다.

말을 해야 사는 사람과 침묵이 소중한 사람.

대화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그 위태로움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이제 노이로제에 걸려 버렸다.

하지만 차근히 설명해도 또 제자리일 것이 분명해 내 침묵은 더 힘을 받는다.

그 사람은 침묵을 배우고 난 좀 더 유연해지면 달라질까. 아니다. 습성은 버리기 어려운 일이다.

인식을 해도 어려운데 인식도 못 하는데 가능할 일이 아니다.

거의 혼자 있으면서도 나는 더 혼자이길 바란다.

글을 쓰거나 가사를 써야할 때는 지극히 당연하고 다른 시간들도 마음과 뇌로 다음의 일들을 상상하고 가늠하느라 혼자 바쁘다.

작년 내내 붙들고 쓴 매일의 문장이 올 해 세번 째 책으로 태어났듯이 과정들이 곧 작업이다.

누군가를 욕한 기분이 들어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일말의 자유가 숨, 이니 조만간 모진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