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말을 수백번 하면서 육아를 했던것 같다. 물론 그 생각대로라는 단어의 의미에는 공부가 1순위인적이 많았었다. 하지만 공부가 어디 엄마가 바라는대로 되는 문제인가. 나는 공부도 하나의 재능이라고 받아들이고 마음을 비우면서 공부좀해 라는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많은 바램의 목록중에 다 포기했어도 아쉬운게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은 책읽는 습관, 바로 독서였다.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습관을 들이려고 서점과 도서관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데리고 다녔는데 흥미를 보이지 않아 그역시 엄마의 욕심일뿐이라는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말았다.
이번생은 책과 인연이 없을것 같다는 아이들의 외침을 들으면서, 바램은 바램으로 묻어두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큰아이가 어느날부터 엄마 집에 그책 있지? 하면서 책장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것이 아닌가. 저러다 말겠지,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는 숨길수가 없었다.
혹여나 너무 좋아하는 내 맘이 티가 날까봐 관심 없는척, 아닌척 뒤통수에 눈을 달고 책을 들고 다니는 아이의 모습만 힐끔 힐끔 쳐다만 봤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몇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거실에 있는 책장과 집 주변의 도서관, 그리고 본인 회사 주변의 도서관을 오가는 중이다.
어느날은'책을 읽다가 밤을 지새운다는 말이 이런거였구나. 이런 기분이었어'라며 혼잣말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아이에게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거냐고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아주 심플했다.
응 책 소개해주는 유튜버가 있는데, 우연하게 발견했어.
처음에는 뭐 진짜 그런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지금은 순수한 나의 관심으로 책을 만나는 중이야.
엄마가 책좀 읽으라 했던 그땐 잘 몰랐는데
책읽는 재미가 너무 좋으네.
다 때가 있다는 말 맞는거 같어.
나는 지금이 그때인가봐
그리고 책을 사다보니까 엄마가 왜그렇게 책을 애지중지 하는줄 알게 되었어. 그런줄도 모르고 남자친구한테 빌려주고 못받은 책들만 한가득이네. 미안해 엄마. 내가 다시 사줄께.
아이고야. 괜찮아. 괜찮아. 진짜 괜찮아. 그 전에는 좀 그랬는데 인제는 정말 괜찮아. 그리고 그 유튜버님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주고, 책 읽는 재미를 알게해줘서 정말 고마울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