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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성 Aug 22. 2019

Phantom Image Maker 6

1-3 당위와 역설의 개념

이번 내용을 쓰면서

단어의 선택에 꽤 어려움이 있었다.

당위와 역설이라니...


감각과 인식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이런 단어가 되어버린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사실 철학에서 감각과 인식을 설명하는 글은 많은데 

철학에서 쓰는 단어들을 가져오면

내가 글을 쓰면서도

내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상황이 올 거 같아서

이런 단어를 고르게 됐다.


사람의 감각과 인식에는
재미있는 현상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 감각을 구분해보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감각
시각, 촉각과
감각 인식 후에 인식과 해석의 단계를 거치는
청각, 미각, 후각 등의 감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식과 해석을 거치는 감각은 그래서
뇌에서의 해석까지
짧지만 시간차가 존재하게 되고
그 시간 동안 상상력과 감정의 개입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리고 해석을 위해서
교육과 경험, 기억의 영역이 반응을 하게 된다.

소리를 인식하는 방법은
해석의 단계를 거쳐 이미지를 형성하는
감각의 틈이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영역이다.
(그 시간은 뇌 과학자들의 연구들을 보면 6~10ms 정도의 시간이다.)

그래서
인식과 경험이라는
교육에 의한 부분이 영향을 주게 된다.

소리가 보통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런 원인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이 정말 크게 나타난다.

당위라는 뜻은
그래서 이 느낌엔 이런 소리라는
이미지 매칭 현상이
소리를 들으면서 병행된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태어나서 자동차 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자동차 소리를 삽입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소리가 배치된 결과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엄숙하고 장엄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교회의 홀 리버브를 쓴다면
교회의 소리에 대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 접근법이 될 수도 있다.

당위의 개념을
믹싱 아티스트가 활용하려면
사운드 스케이프와 연관된
되도록이면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강렬한 소리의 경험이 있다.
해군 복무 시절 경험한
봄페이 극장에서의 몽골몽골 했던
소리에 대한 느낌

(핑크 플로이드 녹음에서 봤던 바로 그 장소)과
2015년에 경험했던 그랜드 캐년에서의
거대한 바람소리 느낌이다.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공간의 한계 느낌이
그렇게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만약 광활한 공간의 리버브를 만들어야 된다면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걸 재현해보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은
그 리버브 느낌에서
그 광활한 느낌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위는
공감을 전제로 한 표현 방법이 된다.

그래서
믹싱 아티스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통된 경험을 다시 불러일으킬 때
특별하고 친숙한 느낌을 만들고 싶을 때
이 당위의 개념을 떠올리고
활용하게 된다.

당위의 개념엔 재미있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내가 암시의 비율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너무 많이 느껴지면 암시 효과가 줄어들고
(리버브의 경우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천박한, 싸구려 느낌이라고 부르는

노래방 에코가 될 수 있다는 느낌과 비슷하다.)
너무 뻔한 암시는 오히려 공감의 목적에 역효과가 될 수도 있다.
느낌 전달이 모자라다면 암시 효과가 없다.
(아무런 효과가 없는 헛수고가 된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개념
레트로의 느낌은
싸구려나 촌스럽다는 느낌으로 변형되기 쉬운
줄타기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다.

역설은
당위의 반대의 개념으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이질감을 통해서 곡의 흐름에 대한 집중도 올리는 방법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
(깨끗하고 맑은 느낌의 악기들 사이에서

거친 소리로 솔로가 연주되거나

거친 소리들 사이의 맑은 벨소리, 타악기 소리 등)을
분위기 반전이나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역할로
사용을 한다.


역설의 예로
믹싱 아티스트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에
'라디오 톤'이 있다.
저음역과 고음역이 모두 제거되어
귀에서 정보 인식(가사와 음)에 집중하게 되는

좁은 음역만 강조된 톤은

공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제거되어

주변 소리와 확실하게 분리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강조되는 가사(메시지)를 넣으면

아주 또렷한 전달이 된다.

당위의 개념과 역설의 개념은
앞에서 이야기한 아티스트의 의도(메시지 전달)를

안정적으로 거부감 없이 전달하거나

반복에 의해서 느슨해지는 전달력을

시간이 흘러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내 작품에 집중을 강화시키는 표현법의 기초가 된다.

믹싱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엔
두 가지 흐름이 존재한다.
안정적인 흐름과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가장 감각의 흐름을 지배하는
보컬이나 솔로를 얹는 방법과
반대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악기나 보컬을 먼저 작업하고

주변을 채우는 방법이다.
앞의 방법은 라이브에서 주로 사용하고
스튜디오 믹싱에서는 두 가지 모두 사용한다.

이런 이유는
음향 작업의 한계성 때문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0dB의 한계가 확실하게 지배하는 스튜디오 환경에서

그 한계까지 가장 표현하고 싶은 전달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나머지 배후 악기에 대한 에너지 분배를 미리 염두에 둔 방식이 된다.


당위와 역설의 개념이 확장이 되면
경쟁의 환경이 추가된다.
즉, 다른 아티스트들의 소리와 구별되는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라디오 플레이 리스트에서

내 앞에 흐른 노래와 내 노래가 구별이 되는 전달력을 갖길 원하게 된다.
아티스트의 변별력을 만들어내면서도
사람들에게 거부감(이질감)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믹싱 아티스트의 역할이다.

다음 이야기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갑자기 예술 사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당황할 수도 있다.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이해하는 방향에서
당위와 역설의 개념이

환경변화에 의해 확장된다는 이야기니

편하게 이해하면 좋을 주제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믹싱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역사적 사건들이 몇 번 일어나게 되고
그 경향성을 소화하려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 에피소드 1-7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처음 음향을 가르치는 방법


문을 열어주기
 
접근 방식을 알려주고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과 방향을 제시하기


- 정답을 스스로 찾게 하기
 스스로 갖고 있는 소리가 이미 있으니 
 그에 맞는 정답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 꼬여있는 실타래의 끝을 찾아 풀어주기
 상상, 예상, 그리고 그 결과로 뒤엉킨 경험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 알려주기


- 그러기 위해서 이야기 들어주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과 궁금증 유발하기


이론적 지식이나 장비의 설명보다
지금까지 어려워했던 점을 파악하고

그 답답함을 스스로 다시 생각하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초반에 긴 시간이 필요한 방법론

시작 부분의 생각들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후에
소리를 다시 생각하고 접근하게 되는 
제일 기본적인 시각을 바꾸는 방법



* 에피소드 1-8


음악 작업은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하면 할수록...

(누군가는 창작의 종말을 이야기하더라.

똑같은 소스를 두 믹싱 아티스트가 작업하게 되면

다른 느낌의 곡이 된다. 믹싱 작업이 예술이라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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