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2월이란 심란한 달이다. 폭풍전야와 같이 고요하나 마음 속 스멀스멀 올라오는 긴장감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 달이다.
그렇게 3월은 폭풍의 쓰나미와 같이 몰려온다. 그리고 한달동안은 쓰나미에 휩쓸려 정신이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벚꽃도 정신없이 떨어져 버리기가 일쑤이다.
26년을 그랬다~!!
그런데 2024년 2월은 아니다. 마음에 긴장감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해 보다도 방학이 분주하게 지나갔다.
업무 인수인계를 하며 더 많은 일을 정리하고 전해주는 등 바빴다.
그러나 마음이 가벼웠다. 그건 바로 올 한해 연구년으로 잠깐 학교를 떠나 연구를 하며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3월의 첫 새학년 새학기 시작일! 그러나 나는 너무나 여유롭고 우아하게 아침을 맞았다.
시간대 별로 학교에서는 이걸 할텐데 저걸 할텐데.. 아직 생각의 흐름은 학교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그래도
바로 오늘이 1일이다.
연구를 위한 계획 외에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할 일을 꼽아보았다.
가벼운 운동하기,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끼게 산책하기, 생활영어 공부하기, 요물인 엑셀 기능익히기, 성경읽기, 근무시간 외에는 일하지 않기, 영양선생님께서 영양 골고루 제공하는 급식을 먹지 못하니 균형있는 식단 챙기기...
그리고, 글쓰기!!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을 갈 때, 내 글을 칭찬해주시던 담임선생님께서 늘 수첩를 가지고 다니며 생각한 것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고등학교 때는 화학선생님을 좋아하여 초등학교 때 의무감으로 쓰던 일기장을 벗삼아 지냈다.
재수시절에 아버지께 드린 생신카드에 쓴 내용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며 아버지께서 금일봉을 선물로 주시며 편지를 쓸 때 그 글을 남겨 놓기를 권하셨다. 컴퓨터도 없고 복사는 생각도 못했을 때라 대학교 때까지도 연습장에 편지를 쓰고 그것을 편지지에 옮겨써서 보낸 기억과 기록이 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선물을 받았던 기억도 있고,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화학선생님과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사제관계를 글로 써서 뽑히기도 했고, 제자와의 일을 써서 교단일기에 실리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쓰기 싫으면 시를 쓸 정도로 시도 쉽게 쓴 것 같고, 가끔 기록으로 남긴 글이나 일기장을 보면 이런 생각도 했구나 기특하기도 한 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나,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일기를 끝으로 나의 일기도 글쓰기도 머리속에서 맴맴 돌다가 사라지듯 사라졌고, 마음에 부채의식만 쌓여갔다.
그러나, 올해는 글쓰기의 원년으로 살아보자.
"3월의 첫날 이래도 돼?"라는 물음에 "그래도 돼!"라는 울림이 메아리쳐 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