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서비스를 넘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다
해리포...가 아니라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를 CGV 여의도 4DX 3D 시사회로 미리 봤다. 얼마 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재개봉하면서 매진 열풍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스파오와의 콜라보 제품들도 품절 대란을 일으킨 걸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인걸 알 수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괜히 뿌듯한 요즘이다. 각설하고, 2년 만에 돌아온 '신비한 동물사전'의 속편 '신동범'은 야심과 야망으로 가득 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욕심으로, 누군가에게는 선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위치는 다소 특이하다. 원작 작가가 직접 팬픽을 썼다고 해야할까? 조앤 K 롤링은 자신이 만들어낸 해리포터 세계관에 아직 할말이 엄청나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창조주 스스로가 '포터모어'를 통해 뒷야이기를 끝없이 더해 결국 설정 충돌을 야기하다보니 원작 팬들에겐 고마우면서도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애증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런 욕심과 야망은 이번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팬서비스에 충실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신동범'은 팬서비스를 넘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제대로 확장시킨다. 그러나 이 선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이번 시리즈는 원작이 없다는 것이다.
'해리포터' 원작 팬들 중에서도 각색 문제 때문에 영화 시리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다. 4부에 해당하는 '불의 잔'부터, 영화 시리즈는 주인공인 '해리포터'와 악역 '볼드모트'의 메인 서사를 제외한 부분들은 과감하게 잘라냈다. 그래서 원작 중에서 제일 긴 분량의 '불사조 기사단'이 영화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짧은 러닝타임이 되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 시리즈가 지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세세한 설정들은 원작에 맡기고 '해리포터 VS 볼드모트'라는 메인 서사에만 집중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은 원작없이 영화로만 진행되다보니 이런 선택이 불가능하다. 다행이라면 원작자인 롤링이 직접 집필한다는 점이고 단점은 '해리포터' 시리즈와 달리 세세한 설정들을 모두 영화 안에 담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동범'은 양날의 검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영화는 정말이지 놀랍게도 메인 포스터에 들어있는 모든 인물들의 서사를 다 부여한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딱히 주인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비한 동물'도 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린델왈드의 범죄'도 약간 애매하다.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모두가 조연같은데, 또 그렇다고 영화의 메인 서사가 제대로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줄기는 없이 잔가지들만 가득하다고 해야할까? 시리즈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기보다, 본격적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세계관과 떡밥들을 소개하는 역할에 가깝다. 어쩌면 영화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다섯 편의 시리즈가 모두 끝나고 나서 내려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영화 속 '메인 이벤트' 자체는 존재하는데, 재밌게도 놀라움과 허무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하지만 잔가지들로만 진행되는 전개가 아이러니하게도 원작 팬들에게는 또 다른 선물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곳곳에 흩뿌려진 설정들과 반가운 인물들을 보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후속편에서 이 떡밥들을 어떻게 회수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와 접점을 이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영화와 별개로 4DX의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워터' 효과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초반부 추격 장면부터 페이스 워터와 레인 효과가 몰아치는데, 이거 3D 안경이 아니라 물안경이 필요할 지경이었다.(팁을 하나 주자면 물이 묻었을 때 3D 안경을 닦는 거보다 그냥 두는 게 자국도 안생기고 낫다) 워터 효과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신나게 봤다. 여의도 지점은 워터 효과를 끌 수도 있으니, 싫으신 분들은 끄고 보셔도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용포디 프라임석의 움직임과는 다른 묵직한 모션 체어 효과의 맛도 있었다. 특히 용산보다 티클러나 진동 효과가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조우우'가 날뛰는 장면에서 정말 빛을 발한다. 여의도 지점은 '안개' 효과도 다른 지점보다 좀 더 자욱하게 깔리는데, 영화 속 런던과 파리의 분위기와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마법을 사용할 때 부드러운 모션 체어 효과를, 순간 이동할 때는 강한 모션 효과를 주면서 몰입감을 높이고 사이드 에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전투의 실감을 더한 것도 좋았다. 4DX with Screen X 버젼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